"언론·은행 등 적용…특정 상황 제외하고 남녀 접촉 금지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한 탈레반이 교육에서 남녀 분리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고용에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탈레반 고위인사의 발언이 나왔다.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여성 인권을 탄압했던 과거 집권기 통치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탈레반 고위인사 와히둘라 하시미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전면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 샤리아를 도입하려 거의 40년을 싸워왔다"며 "샤리아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한 지붕 아래 같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과 남성은 같이 일할 수 없다. 이건 분명하다"면서 "그들(여성)이 우리 사무실에 와 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하시미의 발언이 새 내각의 정책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하시미는 여성 금지가 언론이나 은행 등 분야에도 적용될 것이며, 집 밖에서 남성과 여성의 접촉은 병원 진료 같은 특정 상황에서만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은행은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붕괴하고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성 참여가 한층 활발해졌던 분야다.
하시미는 "물론 우리는 교육, 의료 등 분야에서 여성이 필요할 것"이라며 "여성을 위한 별도의 병원, 별도의 대학, 별도의 학교 등 분리된 시설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탈레반은 지난 12일 여성의 대학 교육을 허용한다고 발표하면서도 성별 분리 수업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아프간에서 여성 인권 신장은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지난 20년간 대도시를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여성 노동 참여 비율은 지난 탈레반 집권기 시절 사실상 0%에서 지난해 23%를 기록했다.
탈레반은 카불을 장악하고 집권 2기의 서막을 열면서 여성 인권에 대해 한층 유화적인 메시지를 쏟아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여성이 공동체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일 발표된 내각 명단에 여성은 포함되지 않았고 여성들이 직장에서 쫓겨났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여성들은 지난 20년에 걸쳐 얻어낸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는 탈레반이 진압에 나서면서 강제 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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