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재집권 후 부르카·니캅 착용 압박에 반발 SNS 캠페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 재집권 후 니캅·부르카 착용 압박에 맞서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온라인 시위에 나섰다.
14일 트위터 등 SNS에서 '내 옷에 손대지 말라'(#DoNotTouchMyClothes)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형형색색의 화려한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 사진을 볼 수 있다.
아프간 여성은 물론 남성들까지 전통의상 차림의 여성·아동 사진을 올리고 "부르카·니캅이 아니라 이게 바로 우리의 의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전통의상을 꺼내 입은 이들도 있고, 이 전에 촬영했던 사진을 올린 경우도 있다.
아프간 내 여성은 물론 세계 각지에 사는 아프간인들이 함께 참여 중이다.
탈레반은 과거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 여성 인권을 탄압했다.
당시 여성들은 교육·취업 기회를 빼앗기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했으며 강제 결혼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20년 만에 재집권 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사립대에 다니는 여성들에게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통옷 '아바야'를 입고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다.
니캅은 눈만 내놓고 전신을 가리는 복장을 말하며, 부르카는 눈 부위마저 망사로 가려져 있다.
이후 교육 당국은 "여대생은 히잡을 쓰면 된다"고 했지만,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을 뜻하는지, 아니면 넓은 의미의 이슬람 의복을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탈레반 대원이 총으로 쏴 죽이는 일이 벌어졌고, 카불 시내 광고판의 여성 얼굴은 검은색으로 덧칠됐다.
보건의료 부문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부르카를 입은 채 환자를 돌본다.
이달 11일에는 카불의 샤히드 라바니 교대 소속 여대생 수백 명이 검은색 부르카·니캅 차림으로 탈레반 깃발을 흔들며 옹호 시위를 벌여 '탈레반이 어떤 압박을 가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주말 탈레반 옹호 여대생들 시위의 반작용으로 SNS에 화려한 전통의상 착용 사진 올리기 캠페인이 시작됐다.
아프가니스탄 아메리칸대학교의 전직 역사학 교수인 바하르 잘랄리는 12일 트위터에 "이것이 아프간 문화다. 나는 아프간 드레스를 입었다"며 화려한 의상을 착용한 사진을 올렸고, 캠페인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그는 검은 부르카 사진과 함께 "아프간 역사상 이런 옷을 입은 여성은 없었다. 이것은 아프간 문화와는 완전히 이질적"이라며 "탈레반이 퍼트리는 잘못된 정보를 알리고, 교육하기 위해 전통 복장을 한 내 사진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후 많은 이들이 잘랄리 교수의 트윗을 퍼 나르고, 화려한 전통의상 사진을 리트윗하면서 점차 '내 옷에 손대지 말라'(#DoNotTouchMyClothes) 해시태그 달기 운동으로 확산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히잡을 쓰든, 부르카를 입든, 여성들 자신에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탈레반은 우리 옷에 손대지 말라"고 촉구했다.
noanoa@yna.co.kr
여성은 없었다…이슬람 율법으로 통치 선언한 탈레반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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