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카불 주민들 생계'휘청'…가재도구 내다 팔아 연명

입력 2021-09-14 17:23  

아프간 카불 주민들 생계'휘청'…가재도구 내다 팔아 연명
탈레반 재집권 후 화폐가치 급락…"美 훈장도 헐값 거래"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아프가니스탄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수도 카불 주민들이 생필품을 사기 위해 가구와 냄비 등 가재도구를 내다 팔고 있다.



14일 알자지라와 AFP, 트위터 등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의 재래시장마다 가재도구를 팔러 나온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시민들은 큰 냄비와 유리그릇부터 은식기, 선풍기, TV와 라디오, 침대, 매트리스, 쿠션, 담요 등 집에서 쓰던 물건을 거리에 전시했다.
중고 카펫 4장을 팔러온 남성은 "이 카펫을 살 때 4만8천 아프가니(약 67만원)를 지불했지만, 지금은 다 합해서 5천 아프가니(7만원) 이상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을 위해 밀가루와 쌀, 기름을 살 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불이 함락되기 전 1달러에 80 아프가니였지만, 현재는 85 아프가니로 올랐다.
탈레반이 재집권하자 미국 등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90억 달러(10조4천억원)에 달하는 외환보유고가 동결됐고, 달러 송금도 막혔다.


그 결과 아프간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생필품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아프간 내 은행들이 현금 지급을 일시 중단하면서, 은행마다 어떻게든 예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이후 은행들이 다시 문을 열기는 했지만, 매주 2만 아프가니(27만원)만 인출할 수 있도록 한도를 설정했다.



한 남성이 타악기의 일종인 '타블라'를 카불 시장에 팔러 나온 모습도 포착돼 SNS에 올라왔다.
사진을 올린 이는 "예술도 판다. 음악인이 타블라를 파는 모습. 삶이 바뀌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탈레반이 과도 정부를 발표했지만, 국제사회는 그동안 탈레반을 테러 조직으로 간주했기에 원조자금 대부분이 동결됐다.
특히, 카불은 미군 등 외국인들과 비즈니스가 많았던 곳이어서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모두 철수하고 난 뒤 경제가 멈춰 섰다.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와 정부군에서 일했던 이들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고, 외국과 수출입 중단은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의 월급을 앗아갔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최근 잠재적 시나리오로 분석한 결과 "아프간의 빈곤율이 2022년 중반까지 97%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긴급한 조치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 와중에 탈레반군은 트위터 계정에 미군 훈장이 카불 중고시장에 매물로 나온 사진을 올렸다.
탈레반군은 "미군이 카불 공항에 남기고 간 훈장이 근처 상점에서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라며 "(미군) 옷과 장비, 칼과 전자도구까지 팔리고 있다"고 적었다.
아울러, 거리 곳곳에는 탈레반 깃발 판매상들이 돌아다니며 세상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중이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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