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외교 너무 약해"…총리관저에 전담기관 설치 시사
2선 의원 때부터 '위안부 문제' 교과서에 반발 "굴욕·자학적"
일본인 납북 문제에 "온갖 수단"…中인권문제 결의·친대만 정책 예고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첫 여성 총리에 도전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이 역사 문제와 관련한 강력한 공세를 예고했다.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고 일본군 위안부 동원 등 일제의 국가 폭력 책임을 부인해 온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면 일본의 우경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총리를 사실상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한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위안부나 징용 문제 대응에 관해 "역사 외교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다듬어 각 성청(省廳·부처)에 적절한 지시를 내리는 부서가 내각관방에 있으면 매우 하기 쉬울 것"이라고 15일 보도된 산케이(産經)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중국이나 한국은 전 세계를 향해 부정확한 정보를 여러 수단으로 발신하고 있는데, 일본의 '역사 외교'나 정보 발신은 너무 약하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내각관방은 일본 총리와 내각을 보좌·지원하는 정부 기관이다.
다카이치는 자신이 신봉하는 극우 사관을 확산하기 위해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는 전담 기관을 권력 중추인 총리관저에 두겠다는 구상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본 일본군 위안부 동원 문제를 다룬 중학교 교과서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반일적 교과서'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2선 중의원 의원 등이 1997년 '일본의 전도(前途)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의 모임'을 결성해 공격에 나설 때 간사장 대리로 이름을 올리는 등 일찍부터 우익 사관을 추종했다.
이 모임이 1997년 12월 펴낸 책 '역사 교과서에 대한 의문'에는 이들이 문제 삼은 교과서가 "너무도 굴욕·자학적이며 이를 교재로 사용해 성장하는 젊은이가 일본인으로서 애국심도 긍지도 가질 수 없게 되고 마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는 다카이치의 글이 실려 있다.
총무상 재직 시절 각료 신분으로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반복적으로 참배해 외교 갈등을 일으킨 다카이치는 자신이 총리가 되더라도 참배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총리 재임 중 다카이치를 요직에 반복적으로 기용한 아베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다카이치의 선거 캠프에는 그간 우익 색채를 드러낸 인사들이 여럿 합류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역시 야스쿠니신사 단골 참배객인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전 국가공안위원장이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카이치는 출마를 선언한 3명의 후보 중 가장 우익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낸 인물이며 그가 당선되면 한일 관계의 교착상태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카이치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중지를 결집해 온갖 수단을 쓰지 않으면 북한이 교섭 테이블에 오지 않을 것"이라며 동맹국과 협력해 가장 유효한 수단을 실행하겠다고 산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중국과는 거리를 두고 대만과의 우호를 강화하는 정책을 예고했다.
다카이치는 중국의 인권 침해를 비판하는 국회 결의를 추진할 것이며 대만 유사(有事, 전쟁이나 큰 재해 등 긴급사태가 벌어지는 것) 시 미국과 일본이 협력해 자국 영토와 국민을 지킬 수 있도록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 대해 "의연하고 동경하는 여성이며 정말 만나고 싶다. 앞으로도 대만과의 협력 관계를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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