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결의 위반 지적하면서도 외교 강조…강력대응 자제 기류
국무부 "주변국 위협"…인도태평양사령부 "미·동맹에 즉각 위협 아냐"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이상헌 백나리 특파원 = 미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외교적 접근을 강조하며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는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북한의 주변국 및 국제사회의 다른 국가들에 위협을 제기한 것임을 안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그러나 "우린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며 "의미 있고 실질적인 대화에 관여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과 일본 등 동맹에 대한 (방어) 약속은 여전히 철통같다"고도 했다.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고 이를 규탄하면서도 북한에 외교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실용적 대북외교를 내세워 견지해 온 기조의 연장선이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며 대북 인도 지원 메시지를 잇따라 발신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앞서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발표한 성명을 거론하면서 현재로선 추가로 언급할 게 없다고 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이 한국시간 15일 낮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자 미 당국 중에서 가장 먼저 성명을 내놨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성명에서 "미국인이나 영토, 혹은 동맹에 즉각적인 위협을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지만,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의 불법적 무기 프로그램의 영향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변국에 위협이라는 국무부의 입장은 일반적인 평가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당장의 위험 발생 여부에 초점을 두고 즉각적 위협은 없다고 평가, 상황 악화 방지를 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진 국방부 브리핑에서도 존 커비 대변인은 "이번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이런 활동은 상황을 불안정하게 하는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의 영향을 강조한다"고 했다. 한국, 일본에 대한 방어 약속은 철통같다는 말도 반복했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의 입장 표명에는 전체적으로 북한의 행위가 유엔 제재 위반 사안으로 위협적이지만, 강력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조율된 의중이 읽힌다.
외교에 기반한 새로운 대북 전략을 완성한 뒤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면 어떤 사안도 논의할 수 있다는 외교적 접근법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특히 프라이스 대변인은 한미일 3자 협의가 전날 일본에서 열린 데 이어 정 박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도 방한 중이라는 점을 거론한 뒤 "우린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고 이를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대북 유화 메시지를 거듭 발신했다.
그는 "우리는 대화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존 입장도 반복했다.
다만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아니어서 과소평가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미사일방어시스템과 관련한 물음에 그는 "어디에 배치되든 효과적이고 능력을 확실히 발휘해야 한다. 매일 시험·개선하고 있다"며 "위협은 현실이고 한 지역에서만 오는 게 아니어서 우린 모든 미사일 방어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은 순항미사일과 달리 유엔이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금지하는 사안이다.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 두 달만인 지난 3월 말에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바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긴장 고조엔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정한 형태의 외교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며 외교적 해법 모색을 강조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번 성명에서 '탄도미사일'이라고 적시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북한이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을 때 순항미사일을 성명에 적시하면서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위협이라고 평가한 것과 대비된다.
앞서 북한은 한국시간으로 15일 낮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성공했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