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새 협의체 출범 합의…안보기술 협력 촉진·정보공유 심화
미, 타국 핵잠수함 지원에 "단 한 번" 못박아…한국에 미칠 영향 주목
(워싱턴 베이징=연합뉴스) 류지복 변덕근 조준형 특파원 = 미국이 쿼드(Quad·미국 주도의 4국<미·일본·인도·호주> 안보 협의체)에 이어 영국, 호주와 함께 새로운 3자 안보 파트너십 출범에 합의하며 대 중국 포위망을 강화했다.
이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범세계적인 미중 전략 경쟁과 갈등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영국은 이 계기에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키로 하면서 한국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과의 형평성 논란과 핵 비확산 동력 저하 등 우려의 불씨를 남겼다.
◇핵보유국 美·英, 호주와 손잡고 중국 압박 의기투합…핵잠 기술 이전 추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15일(현지시간) 화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의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 발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오커스는 이들 세 국가명을 딴 이름이다.
이들 3국은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이다. 호주는 미국, 일본, 인도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로 알려진 '쿼드' 회원국이기도 하다. 영국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통한다.
3국은 국방과 외교 정책의 고위급 교류는 물론 사이버, 인공지능, 양자 기술, 해저 능력 등 안보와 국방기술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들 3국은 오커스 결성 이유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꼽았다.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외신은 대중국 포위망 구축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영향을 확대에 저항하려는 목표는 분명하다고 말했고, AP통신은 미중 관계의 틈새를 더 키울 수 있는 조처라고 봤다.
특히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잠수함 보유를 지원키로 결정하고, 18개월간 공동 연구를 진행키로 했는데, 이 역시 중국을 겨냥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자국의 핵잠수함을 인도태평양까지 보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중국과 관계가 악화한 호주에겐 강력한 무기가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3국 정상은 핵확산을 돕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공동성명에서 "글로벌 비확산에서 리더십 유지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모리슨 호주 총리도 "우리는 핵 비확산 의무를 계속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호주에 이전할 핵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이 '극도로 민감한' 기술이라면서 "솔직히 말해 이는 많은 측면에서 우리 정책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이것이 앞으로 다른 상황에서 착수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 한 번 있는 일(one off)로 이를 한다"고 밝혔다.
호주에 대한 지원은 매우 예외적인 일로 앞으로 다른 나라에 이런 일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은 1958년 영국이 마지막이었을 정도로 핵추진 기술 공유를 꺼리고 있다.
이 당국자는 호주는 핵무기를 개발할 의향이 없고 핵 비확산 노력의 선두에 있다면서 핵 비확산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미국이 핵확산에 나섰다는 비판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폐쇄적 소집단 시대착오적…대 호주 핵잠 지원은 극히 무책임"
미국 주도의 반(反) 중국 안보 협의체가 새롭게 출범하게 된데 대해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어떤 지역 메커니즘도 평화 발전의 시대적 조류에 순응해야 하며, 지역 국가 간 상호 신뢰와 협력 증진에 도움이 되며, 제삼자의 이익을 겨냥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며 오커스를 비판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소그룹, 소집단을 만드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지역국가의 바람과 동떨어진 것으로, 인심을 얻지 못하고 출구도 없다"며 고 부연했다.
그는 또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키로 한 데 대해 "핵 수출을 지정학 게임의 도구로 삼는 것으로, 이중잣대를 들이댄 것"이라며 "이는 지극히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호주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비핵보유국이자 남태평양 비핵지대 조약 당사국인데 전략적·군사적 가치가 있는 핵잠수함 기술을 갖춘다면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호주가 핵 비핵산 공약 준수에 성의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이유가 있다"며 "중국은 관련 사태의 전개를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 보유 모색해온 한국은 어떻게 되나…형평성 논란
미국 측은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는 것이 '일회성'이라고 밝힘에 따라 미국의 협조를 통한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의욕을 보여온 한국과의 형평성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인 2017년 4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핵잠수함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고, 이를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고, 작년7월에는 김현종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김 전 차장이 작년 10월 방미 때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핵연료를 공급받고 싶다는 뜻을 전했으나 미국이 난색을 보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아울러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이 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와 핵기술과 연료 제공을 골자로 한 핵협정을 맺으면서 북핵 협상에 악영향이 우려됐던 때처럼 큰 틀에서의 국제 핵 비확산 동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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