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페론주의자 장관들 잇단 사의 표명에 페르난데스 대통령 곤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르헨티나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좌파 정권이 여당의 예비선거 패배 후폭풍 속에 위기를 맞았다.
1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는 내무, 법무, 과학기술, 환경, 문화 장관 등이 줄줄이 사의를 표시했다고 일간 라나시온과 텔람통신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아직 이들의 사퇴를 수락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각료들과 긴급회의를 통해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라나시온은 전했다.
장관들의 이번 줄사퇴는 지난 12일 예비선거 결과에 따른 것이다.
상·하원 의원들을 뽑는 오는 11월 14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여당 중도좌파 연합 '모두의 전선'은 30%가량을 득표해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 연합에 뒤졌다.
'파소'(PASO)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예비선거는 지지율 1.5% 미만 군소 후보를 걸러 후보 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절차로, 의무 투표이기 때문에 곧 있을 선거의 결과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게 하는 전초전이다.
예비선거 결과를 받아든 여당과 페르난데스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1월 본 선거에서도 예비선거와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면 여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두 달 사이에 역전을 위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상황이다.
중도층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좌파 색채를 덜 드러내는 방향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장관들의 잇단 사의 표명은 여당 내분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장관들이 정부의 '우클릭'을 견제하고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집단 사퇴 카드를 꺼낸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사의를 나타낸 장관들은 모두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겸 현 부통령의 측근들로, 여당 연합 내에서도 더 왼쪽에 있는 강경 페론주의자들이다.
페론주의(Peronism)는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으로, 민족주의와 포퓰리즘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중남미 좌파 블록의 대표 지도자 중 하나였던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이 정통 페론주의자라면, 2019년 취임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비교적 온건한 페론주의자로 분류됐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서는 중간선거 패배 위기와 장관들의 집단 사퇴 위기 속에 진퇴양난 처지에 놓인 셈이다.
라나시온은 대통령이 장관들의 사의 표명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이들의 사의는 "강력한 내부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표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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