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포위' 동맹 규합 속도내는 미국…핵잠수함 지원까지 동원(종합)

입력 2021-09-16 10:20  

'대중 포위' 동맹 규합 속도내는 미국…핵잠수함 지원까지 동원(종합)
전통동맹 영국·호주와 안보협력 격상…바이든 "21세기 위협 대응 동맹 투자"
미, 1958년 영국 외엔 핵잠수함 기술 공유 안해…증강일로 중국 해군력 겨냥
호주 핵잠수함 확보시 남중국해 순찰 가능…바이든 본격 행보, 한국엔 고민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서 발을 빼자마자 대중 포위를 위한 동맹 규합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영국·호주 등 전통적 핵심 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에 끌어와 새 안보협의체를 결성하며 이례적으로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 지원까지 결정한 것이다. 그간의 '지원 불가' 원칙까지 깨면서 대중 군사력을 강화하고 동맹의 동참을 독려하는 셈이어서 한국 정부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영국·호주와의 새 안보파트너십(AUKUS) 체결을 발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화상으로 동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AUKUS 결성을 역사적 조치로 치켜세우며 21세기와 미래의 위협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 동맹에 투자하고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서양과 태평양 파트너들의 이익을 가르는 합리적 차이도 없다면서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아세안(ASEAN)과 쿼드(Quad), 인도태평양, 유럽 및 전세계의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영국과 호주는 미국의 전통적 동맹이다. 영국은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에 있어 주춧돌과 다름없는 나라로 지난 5월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호를 아시아에 파견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의 관여 수위를 높였다.
쿼드의 일원으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호주 역시 미국, 뉴질랜드와 함께 태평양안보조약(ANZUS)을 체결,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미·영·호주 3개국은 또 영미권 정보동맹 '파이브아이즈'의 주축 국가이기도 하다.
이렇게 지금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협력하는 3개국이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새로운 안보협력체를 구축하는 건 중국 견제를 목표로 동맹관계의 차원을 한층 격상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미국이 영국과 함께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키로 한 점이다.
1958년 영국을 제외하고는 내주지 않았던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지원하는 것이다. 그 자체로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 군사력 강화 및 동맹 규합에 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무게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연료로 추진력을 얻어 사실상 제한 없이 잠항이 가능하고 소음이 적어 탐지가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은 호주의 핵잠수함에 핵무기가 탑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 재래식 순항미사일이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을 통해 한 번만 있는 일이라면서 예외적 사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동맹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 기술 같은 극도로 민감한 영역까지 동원해 군사력을 통한 대중 견제를 강화하고 동맹의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처럼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추진해온 국가로서는 미국의 이러한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한미원자력협정은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 사용을 금하고 있다.
NYT는 예외적 조치라는 미 당국의 방침을 소개하면서 주요 동맹에는 같은 조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며 한국을 거론했다.
지난달 아프간 철군을 마무리한 바이든 대통령은 자원과 역량의 대중 견제 집중을 거듭 천명해 왔는데 영국·호주와의 안보협력체 구성 및 호주로의 핵잠수함 기술 지원은 이같은 구상의 본격화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전력상으로는 미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군함 규모 등에선 미국을 넘어 증강일로인 중국의 해군력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여름 미 해군의 가장 강력한 핵잠수함 세 척이 모두 태평양 지역에 배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호주가 핵잠수함을 확보하게 되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일대에서 정기순찰을 할 수 있게 돼 미국도 부담을 던다.
이번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지 일주일도 안돼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3자 협력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으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력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엔 일본, 인도, 호주 정상과 함께 첫 대면 쿼드 회담을 한다. 21일 있을 유엔총회 연설과 22일 소집한 화상 백신 정상회의 등 각종 일정 역시 상당 부분 중국 견제에 초점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에서 발을 빼고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는 한국 정부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국시간으로 14∼15일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핵심이익 상호 존중'을 거론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미중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의 대중 포위망에 발을 깊이 들일 가능성을 겨냥,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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