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에 미 섀스타산 만년설도 절반 '증발'"

입력 2021-09-16 10:05  

"기록적 폭염에 미 섀스타산 만년설도 절반 '증발'"
"곡빙하 녹아 홍수 우려·호수는 줄어 물 부족"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 북쪽 해발고도 1만4천179피트(약 4천322m)의 섀스타산 만년설과 빙하가 올해 가장 많이 녹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곳에 거주했던 미국 원주민의 이름을 딴 이 산에는 빙하곡도 발달해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빙하가 있는 이곳은 해발고도를 고려하면 1년 내내 눈으로 덮여 있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다르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섀스타 스키 공원은 지난달 말 "섀스타산 정상은 1년 내내 눈으로 덮여 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라며 "산 북쪽 정상에서 보이는 빙하가 매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는 여름 중반부터 산 정상의 눈이 녹기 시작했다.
통상 여름이 끝나가거나 가을이 시작될 때 눈이 녹았지만, 이미 7∼8월에 눈이 녹아서 산이 녹색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눈이 조기에 녹기 시작한 원인은 올여름 이상 고온과 가뭄이 영향을 끼친 탓이라고 WP가 전했다.
지난 6월 미 대륙 태평양 연안의 북서부에는 기록적 폭염이 덮쳤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부 주는 역대 최고 기온까지 올라가며 여름 내내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았다.


또 섀스타산 남서부 쪽으로 5마일(약 8㎞) 떨어진 마을의 기온도 16일 동안 고온이 이어졌다. 이 중 이틀은 최고 기록인 40.6℃에 육박하는 39.4℃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최대 빙하인 '휘트니'는 15∼20% 정도 크기가 줄었으며, 심지어 둘로 나뉘었다. '호틀럼' 빙하도 녹아 작은 조각으로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니콜스대 마우리 펠토 지질빙하학 교수는 "보통 9월 말 2∼3일 정도 눈이 녹아야 하는데 7월 중순부터 녹았으니 얼마나 많이 녹았겠느냐"라며 "섀스타산의 빙하가 21세기 들어 50%가량 줄었다"라고 말했다.
펠토 교수는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한 해 기준으로는 올해가 가장 많이 녹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눈이 녹으면 빙하가 태양광을 직접 흡수해 역시 녹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렇게 빙하가 녹으면 산의 각종 잔해가 댐 역할을 하면서 협곡에 물이 모였다가 한꺼번에 산 아래로 쏟아져 재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산악 관리인은 "이미 몇 개 산악 도로가 무너져 차가 다닐 수도 없다"라고 밝혔다.
이와는 반대로 물 부족에 따른 문제도 심각하다.
섀스타 호수는 캘리포니아 최대 저수지이지만 지난 13일 현재 저수 용량의 25%만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 15㎝ 이상 저수면이 내려가고 있다고 한다.
섀스타산뿐만 아니라 워싱턴주의 수력 발전에 주요 물 공급원인 베이커산이나 애덤스산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aayy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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