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손태승 회장 징계취소 1심판결에 항소 결정(종합)

입력 2021-09-17 10:23   수정 2021-09-17 10:24

금감원, 손태승 회장 징계취소 1심판결에 항소 결정(종합)
우리금융 "결정 존중"…2심 소명 준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연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의 중징계를 취소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다.
금감원은 손 회장 징계취소 판결에 항소키로 결정하고 17일 법무부를 통해 항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손 회장이 금감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금감원 안팎에 따르면 항소 결정은 법리 검토, 향후 제재 운영에 미칠 영향, 외부 감사, 정부·공공기관 항소 전례, 시민사회단체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불투명한 승소 전망, 정은보 금감원장의 감독·제재 기조 변화 예고, 은행장 중징계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부정적 기류, 후속 제재 행정 지연 등에 따라 한때 항소 포기 전망도 외부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1심 재판부도 우리은행 내부통제 미비의 책임은 최고경영자(CEO), 즉 손 회장에게 있으며 금감원장에게 은행장을 중징계할 권한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우리은행이 상품을 선정하면서 투표 결과를 조작하고 투표지를 위조했으며, 형식적으로 상품선정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내부통제 규범·기준을 위반하고 유명무실하게 운영한 실태도 지적했다.


재판부가 손 회장의 징계 사유인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5건 중 1건만 인정하고, 내부통제기준 운영 잘못으로는 징계할 수 없다는 부분은 법리적으로 더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금감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항소를 포기한다면 같은 사안으로 중징계를 결정한 다른 CEO에 대한 징계도 취소해야 하며, 관련 업무를 맡은 임직원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1심만으로 항소를 포기했다가 감사원 감사 등으로 문책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항소 시한이 임박하자 외부의 항소 압박도 있었다.
금감원의 항소 결정이 길어지면서 항소 포기설에 더 확산하자 시민사회단체도 반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경제개혁연대 등 6개 단체는 이달 6일 성명을 발표하고 항소를 촉구했다.
이어 14일에는 이용우 의원 등 여당 국회의원 12명이 금감원에 즉각 항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금융은 이날 "금감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항소심 진행 여부와 관계 없이 금융감독당국의 정책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은 1심 판단 중 일부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에 대해 2심에서 다시 한번 소명하기 위해 준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될 경우 손 회장은 향후 금융지주 회장 연임이 가능해지고 금융권 취업 제한도 벗어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다만 손 회장은 지난 2월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중징계'를 통보받은 바 있어, 라임 사태에 대한 중징계 수위가 최종적으로 낮아질지도 지주회장 연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이 기존 임기인 2023년 3월까지 지주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는 두 건의 징계가 일단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이나, 이후 연임 등에는 주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tree@yna.co.kr,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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