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대출규제 태풍 속 은행들 '달달한 이자 장사'

입력 2021-09-20 05:30  

전방위 대출규제 태풍 속 은행들 '달달한 이자 장사'
전문가들 "충당금 넉넉히 쌓고 실수요자 배려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정부가 폭등하는 집값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의 고삐를 잡기 위해 강력한 대출 억제책을 동원하고 있으나 은행 수익성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 한도 축소,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은 비명이지만 은행들은 이를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 예대금리차를 키우는 기회로 활용한다.
결국 가계나 기업의 부실이 터져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은행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 가계대출 억제 빌미 이자 장사하는 은행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위해 추석 이후에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실무적으로 20∼30가지 세부 항목에 대해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했다.
이는 집단대출(중도금 대출)과 전세대출 등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곧 종합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은행을 비롯한 모든 금융권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6% 내에서 틀어막겠다는 금융당국의 '창구 지도'에 순응해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옥죄고 있지만, 더 강한 대책이 동원될 전망이다.
이미 금융권은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줄이는 한편 우대금리를 내리고 가산금리는 올리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6일부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기존 '100∼120% 이내'에서 '70% 이내'로 축소했다. 개인별 대출 총량 관리의 총대를 멘 것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낮은 금리가 적용되던 일부 부동산 대출과 신용대출 상품의 판매를 1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은행권은 신용대출 최대 한도도 이미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보험사 중에서는 상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초과한 삼성생명이 개인별 DSR 운영 기준을 40%로 조정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데다 정부가 강력한 대출 억제책을 요구하자 은행들은 기다렸다는 듯 다투어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3개월간 0.50%포인트 안팎 상승했다. 수익성 유지를 위해 가산금리는 올리고,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부여했던 우대금리는 낮추는 식이다.

◇ 전문가들, 넉넉한 대손충당금·실수요자 배려 주문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약 20조4천억원의 이자 이익을 거뒀다. 여기에 힘입어 이들 금융그룹은 9조3천여억원의 순익을 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은 코로나19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주택, 주식, 코인에 대한 '영끌' '빚투' 열풍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하면서 은행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이런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대출 총량을 억제하겠다고 하지만 6%까지는 늘릴 수 있는 데다 한은은 지난달에 이어 오는 10월이나 11월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 규제나 중앙은행의 긴축을 이익을 늘릴 기회로 활용한다.
서영수 키움증권[039490] 애널리스트는 "대출 총량이 늘고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늘어나게 된다"면서 "당국이 대출을 규제하면 은행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이자 이익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은행이 상반기의 이익 모멘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애널리스트는 지난 17일 '필수 불가결한 가계부채 대책은 악재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은행업은 견조한 이익 증가로 연결되는 3가지 투자 포인트인 NIM 상승, 건전성 개선, 총자산 증가가 유효하다"고 했다.
IBK투자은행의 김은갑 애널리스트도 지난 10일 리포트에서 "가계부채 억제, 가계신용대출 한도 축소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금리 상승 국면이 맞물리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하게 된다"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축소된 가산금리 폭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은행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취약계층에 신경을 쓰거나 대손충당금을 넉넉히 쌓아 코로나 이후의 부실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올해 은행들이 연간 기준으로 어떤 실적을 내느냐는 당국의 대출 규제가 아니라 충당금을 얼마나 쌓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가급적 충당금을 많이 비축하는 것은 향후 부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은행들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가계부채 위험 관리를 위한 노력은 이해하지만, 은행들이 위기 국면에서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는 만큼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실수요자 전세자금 및 중도금 대출,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에 대한 담보대출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고 감독당국도 이 부분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kim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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