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K-팝 경연대회 수상자들 평가…한국대사 관저서 시상식 후 환담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K-팝의 가장 큰 매력은 열정(passion)이다…일본 J-팝이나 중국 음악과 달리 다양한 장르가 함께 녹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K-팝 온라인 경연 대회 수상자들의 말이다.
한류가 '땅끝' 남아공까지 퍼져 인기라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기자는 지난 3월 남아공 남단 케이프타운에서 한류 팬들과 만남을 가진 데 이어 17일(현지시간)에는 내륙 수도권 하우텡주 한류 마니아들과 함께 얘기를 나눴다.
한류 팬들과 만남을 거듭할수록 우리 문화의 장점을 객관적으로 다시 보면서 이해를 깊게 하게 된다.
이날 수도인 프리토리아의 한국 대사관저에서는 K-팝 온라인 경연대회의 시상식이 있었다. 대회 수상자들이 모여 박철주 대사 내외 등과 환담하고 한식 오찬을 하는 자리에 기자도 함께했다.
이번 경연대회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 때문에 지난 6월∼7월 말까지 보컬 부문 12팀, 커버댄스 부문 18팀이 온라인으로 출품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한국과 남아공 심사위원의 평가를 거쳐 보컬에서 3팀, 커버댄스에서 4팀을 각각 수상자로 선발했다.
웬디의 '라이크 워터'를 불러 보컬 1등을 한 샤논 버튼(25)은 역시 같은 K-팝 팬이라는 어머니와 같이 대사 관저 모임에 참석했다.
버튼은 왜 한국 노래를 좋아하게 됐느냐는 박 대사의 질문에 한마디로 "K-팝에는 열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는 서구 음악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한국 문화 전반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했다.
보컬 2등을 한 로빈-베트 클로에테는 한국 음악에 대해 같은 동북아지만 일본, 중국 음악과 다른 뚜렷한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콜로에테는 이하이의 '브리드(Breathe)'로 수상했다.
그는 한국 음악은 록, 블루스, 힙합 등 각종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성과 역동성이 한 군데에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일본 J-팝은 하나의 장르에 집중해서 진행하는 경향이 있고, 중국 노래는 영화 사운드트랙 같은 면이 있다면서 한·중·일 3국 음악의 특징을 변별했다.
그래서 K-팝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 팬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또 퍼포먼스가 강해 K-팝의 춤 자체만을 놓고 봐도 전에 한 번도 한류를 접하지 않은 댄서들조차 높게 평가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보컬 3등을 한 퍼시스 조이 루피야는 수년 전 친구가 보던 동영상으로 K-팝을 처음 접하고 매력을 느끼게 됐다면서, "1년 동안 그룹 샤이니에 우리 자매가 푹 빠져 영어 음악은 일절 듣지 않고 샤이니만 들은 적이 있을 정도였고 온 가족이 K-팝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커버댄스 2등을 한 흑인 수전 응카타는 프리토리아 게지나에서 실제 댄스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몸매가 맵시 있어 보이는 그는 BTS 뱁새와 청하의 '스테이 투나잇'으로 수상자에 뽑혔다.
4등 수상팀인 조안과 로라는 유튜브를 통해 K-팝을 접했다고 한다. 로라는 집안이 토착 백인 아프리카너 계통이고 조안은 4대째 남아공에서 살고 있는 인도계 여성이다.
댄스 스튜디오에서 만나 친구 사이인 이들은 평소 춤 실력을 갈고닦아서인지 연습 2주 만에 BTS '퍼미션 투 댄스'를 주차장 등에서 공연해 출품한 끝에 수상해 자신들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BTS의 '아이돌' 곡은 남아공의 '콰이토(Kwaito)' 리듬을 차용해 남아공과도 인연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대체로 예술계 대학생이거나 프로듀서 등 직장인으로 K-팝을 매개로 김치찌개, 삼겹살, 막걸리 등 한식과 한글에까지 관심 영역을 넓혔다.
수년째 프리토리아 한류 행사에 빠지지 않고 MC(사회자)로 활동해왔다는 소피 배어드는 프리토리아 대학 법대 강사이다.
이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도 코로나19 록다운 상황이라 이들이 직접 공연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오는 11월 26일 케이프타운에서 한류 경연대회가 예정돼 있어 이곳에선 공개적으로 '퍼미션 투 댄스'가 허용될 수도 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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