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중등학교 남학생만 등교 조치…여학생 배제

입력 2021-09-18 07:25   수정 2021-09-18 08:08

탈레반, 중등학교 남학생만 등교 조치…여학생 배제
탈레반 첫 집권기 여성 교육금지 상기…반발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한 탈레반이 중등교육을 재개했으나 여학생 등교를 배제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탈레반 과도정부 교육부는 이날 남학생들을 위한 중등학교(7∼12학년) 수업이 18일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여학생의 등교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교사도 남자만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등학교가 다시 문을 여는 것은 지난달 중순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지 한 달여만이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전국적으로 휴교령을 내린 뒤 이달 초 일부 대학교에서 남녀를 커튼으로 분리해 수업을 재개하고 초등학생 등교도 허용했다.
탈레반의 교육부장관 압둘 바키 하카니는 지난달 말 아프간 전통 부족 원로회의인 '로야 지르가'(Loya Jirga)에 참석해 "아프간 국민은 남녀 혼합 없이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고등 교육을 계속 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탈레반은 중등학교에 대해선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등교를 보류해왔다.


현재 지구상에서 여성이 중등교육을 받지 못하도록 한 국가는 없다. 이런 조치가 유지된다면 아프간이 유일한 국가가 되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탈레반이 처음으로 집권했던 1996∼2001년에 여성 교육을 사실상 금지한 점을 상기시킨다. 당시 여성은 교육뿐만 아니라 취업 기회가 박탈됐고 남성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었다.
재집권 전보다 여성을 존중하겠다는 탈레반의 공언이 무색해지는 조치이기도 하다.
탈레반이 계속 여학생들의 중등학교 등교를 허용하지 않으면 대학에 진학할 여성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대학에서 여학생들의 수업권을 인정하겠다는 탈레반의 약속도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가디언은 탈레반이 1990년대 중반과 매우 다른 국가에서 재집권했다면서 여성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이나 누나, 여동생 등이 교육받기를 원하는 남성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첼세게평화안보정의연구소의 마이클 셈플 교수는 아프간에서 그동안 여성들의 인권이 신장해 탈레반이 이전과 다른 조건 속에서 재집권하게 됐다면서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탈레반은 물러서거나 다른 점을 고려하도록 강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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