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여행 마치고 지구로…1천900도 대기권 마찰열 뚫고 대서양 착수
매일 지구 15바퀴 돌며 피자·파스타 식사…자선 모금·과학 실험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 우주선을 타고 지구 궤도 비행에 나섰던 민간인 4명이 사흘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스페이스X 우주 관광객들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시간 기준 오후 7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플로리다주 인근 대서양에 착수(着水)했다.
AP 통신은 "우주 관광객 4명이 선구적인 궤도 여행을 안전하게 마쳤다"며 이들은 "전문 우주 비행사 없이도 (우주 공간에서) 세계를 일주한 첫 번째 아마추어 승무원이 됐다"고 전했다.
지구로 돌아온 우주 관광객은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잭먼(38)과 간호사 헤일리 아르세노(29), 대학 과학 강사 시안 프록터(51), 이라크전 참전용사 크리스 셈브로스키(42)다.
이들은 지난 15일 밤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 우주선을 타고 날아올랐다.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 160㎞ 더 높은 지점에 도착한 이들은 사흘 동안 매일 지구를 15바퀴 이상 돌았다.
당초 목표 고도는 575㎞였으나 실제로는 585㎞ 지점까지 도달했다.
이는 1972년 종료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계획 이후 인류가 도달한 우주 공간 중 가장 먼 곳이다.
관광객들은 자동으로 제어되는 우주선 내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고 세계 최대 음원 업체 스포티파이가 제공한 노래를 듣거나 피자와 샌드위치, 파스타, 양고기로 식사를 하며 여행을 즐겼다.
우주정거장에서 영화를 찍는 방안을 구상 중인 스타 배우 톰 크루즈와 교신하며 우주 체험을 공유했고 지구 귀환 직전 셈브로스키가 우주선 내에서 SF 코미디 영화 '스페이스 볼'을 감상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들은 또 미국 아동 병원과 어린이 환자를 돕기 위한 자선 모금 활동을 벌였고 우주 환경이 아마추어 여행객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기 위해 몇 가지 과학 실험도 진행했다.
사흘 일정을 마무리한 이들은 '크루 드래건'을 타고 다시 지구로 하강했다.
우주선은 이날 오후 화씨 3천500도(섭씨 1천927도) 마찰열을 발생시키는 대기권을 무사히 통과해 모습을 드러냈다.
착수 지점에 가까워지자 우주선은 낙하산을 펼쳐 하강 속도를 시속 24㎞로 늦췄고 곧이어 '스플래시다운'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우주 관광객들의 귀환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스페이스X 미션 컨트롤팀은 "여러분의 이번 임무는 우주가 우리 모두를 위한 곳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환호했고 아이잭먼은 "우리에게 굉장한 놀이기구였다"고 화답했다.
첫 번째 우주 관광을 무사히 마친 스페이스X는 앞으로 1년에 최대 6차례 관광선을 발사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유료 고객을 우주 정거장으로 실어나르는 코스의 우주 관광은 벌써 4건 예약이 완료됐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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