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투사…어떤 싸움도 물러서지 않아"…대통령 계파와 갈등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42) 상원의원이 내년 5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19일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집권당인 PDP 라반 내 파키아오 의원이 이끄는 계파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그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그는 연설에서 "나는 투사이고 링 안팎에서 항상 투사가 될 것"이라며 "나는 평생 어떤 싸움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신이 정한 일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변화의 약속에 진저리가 났다"며 청렴과 투명성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할 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파키아오 출마와 관련,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후계 구상에 잠재적 장애물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달 초 알폰소 쿠시 에너지부 장관이 이끄는 여당 내 두테르테 계파는 두테르테의 오랜 측근인 크리스토퍼 고 상원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필리핀 대통령은 6년 단임제여서 재선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비평가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두테르테의 냉소적인 책략"이라고 불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 의원은 "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에 필적하는 무게를 지난 사람을 찾아야 한다"면서 지명을 거부, 두테르테의 딸인 사라(43) 다바오 시장의 출마 가능성이 떠올랐다. 사라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왔다.
파키아오 의원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지만, 최근 갈라서 반목해왔다.
파키아오는 지난 6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두테르테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둘의 사이는 급속히 냉각됐다.
그는 100억 페소(2억 달러) 이상의 코로나19 팬데믹 지원자금 용도가 불분명하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등 부패 문제도 들고나왔다.
양측 갈등은 집권당 내 주도권 싸움으로까지 확대됐다.
두테르테 계파는 7월 표결을 통해 파키아오가 맡고 있던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도록 했지만, 파키아오 계파는 이를 거부했다.
파키아오는 복싱 역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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