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대무용 산실 '더 플레이스' 안무가 허성임 공연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무용수의 격렬한 몸짓이 막바지에 이르고 거친 숨소리가 무대를 채우자 한 관객이 눈물을 터뜨렸다.
열정적으로 달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한국인의 삶을 보여주는 듯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객석에 앉은 이들의 마음을 건드리고 커다란 박수와 환호를 끌어냈다.
영국 런던의 현대무용 산실인 더 플레이스(The Place)에서 열린 현대무용가 허성임의 'W.A.Y (re-work)'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벅찬 표정이었다.
코로나19 봉쇄로 사회가 거의 마비된 시기를 겪고 오랜만에 공연장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들뜬데다가 거침없고 힘이 넘치는 작품을 보고 나니 기분이 고양된 것 같았다.
이번 공연은 올해 4회째를 맞는 코리안댄스페스티벌(A Festival of Korean Dance)의 일환이다. 지난해는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주영한국문화원과 더플레이스,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한 코리안댄스페스티벌은 일찌감치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먼저 무대에 오른 작품은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허성임이 안무하고 홍콩·벨기에 출신 다른 여성 무용수 3명과 함께 출연한 것이다.
공연은 정적 속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수 없이 빙글빙글 돌거나, 허리를 숙였다가 펴기를 빠르게 반복하거나, 절도 있게 움직이거나 아예 전력질주를 하는 등 에너지를 내뿜는 동작으로 꽉 찼다.
17일(현지시간) 첫 공연 후 관객과 대화에서 대체 언제 숨을 쉬느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허성임 안무가는 1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힘들었던 런던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최측의 인터뷰에 응한 관객 에이넌씨는 "에너제틱하고 감동적이었다"고 공연 소감을 밝혔다. 또, 대니씨는 코리안댄스페스티벌을 추천한다면 "신나고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을 보러 오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맨디씨는 공연 끝에 하늘에서 금박 종이가 쏟아지는 장면에서 완전히 반했다고 말했다.
행사 기획에 참여한 더 플레이스의 시니어 프로듀서 크리스티나 엘리어트는 "한국 현대무용으로 굳이 구분해서 생각해보자면 강도 높은 연습에서 나오는 성과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허성임은 이를 훈련, 규율 등의 뜻을 풀이되는 'discpline'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한국의 현대무용은 다른 예술분야에 비해 나라 밖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허성임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최근 현대무용으로도 확장되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주영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코리안댄스페스티벌을 계기로 신규 관객이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나서 더플레이스 측에서도 협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18일 공연 이튿날 객석에 앉은 관객들도 연령대와 구성이 다양했다.
허성임은 "이제는 한국에도 현대무용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고, 음악, 영상 등 작업을 같이할 우수한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완성한 작품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코리안댄스페스티벌의 다음 공연은 한국의 젊은 현대무용단체인 시나브로가슴에(이하 시가)의 '제로(Zero)'와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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