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의 대표적 진보성향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이 20일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에 즈음한 사설을 통해 식민지 지배 책임을 거론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본의 적극적인 관여를 촉구했다.
이 신문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은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지 30년이 흘렀지만 '두 코리아' 사이에 여전히 냉전의 잔재라고도 할 수 있는 엄혹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남북 간의 경제 격차와 변화하는 한국인의 통일관을 소개했다.
격차로는 북한이 아직도 심각한 식량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금융위기를 거치고도 눈부신 발전을 이룬 사실을 적시했다.
이 신문은 한국은행을 인용해 남북 간의 1인당 국민총소득 격차가 27배로 벌어졌다면서 그런 격차를 배경으로 통일 필요성에 대한 한국인 인식의 주류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에서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서'로 바뀐 점도 언급했다.
아사히는 같은 민족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었던 한국인의 통일관이 변화한 이유에 대해선 북한이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거듭해온 것에 대한 실망감의 반영으로 분석했다.
이어 '한반도 분단은 이대로 고착화하는 것인가'라고 물음을 던지고는 남북이 경제공동체로 번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한반도 체제' 구상과 민족보다 '국가'를 강조하며 일단은 현 분단 상태를 인정하겠다는 생각을 내비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설 등을 거론했다.
이 신문은 남북한에 정치·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신냉전'으로 불릴 정도의 긴장 상황에 빠진 점을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러시아, 중국과 국교를 맺었지만 북한은 미국,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실현하지 못해 고립감이 심화했다고 분석한 아사히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북한이지만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려면 미·중은 물론이고 일본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관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특히 일본에는 일찍이 한반도를 식민지 지배한 불행한 과거가 있다"며 "이 지역의 평화 체제 만들기에 큰 책임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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