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가계부채 추가 대책 발표…고삐죄기 불가피 상황
전세대출 급증, '빚투 섞였다' 진단에도 실수요 가리기 한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금융당국이 예고한 대로 조만간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조기 강화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전세대출 규제를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0월 중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세부 방안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미 여러 차례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면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추가 대책을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에는 "추석 이후에 9월 상황을 보며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하려 한다"며 "실무적으로 20∼30가지 세부 항목에 대해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며, 8월 가계부채 증가 추세 등을 확인한 후 다음 달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5∼6%, 내년에는 4%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8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의 최근 1년간(작년 8월 대비) 증가율은 9.5% 수준이다. 5대 시중은행만 놓고 봐도 이달 1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작년 말보다 4.69% 증가하는 등 목표치에 근접한 상황이라, 목표치를 맞추려면 고삐죄기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추가 대책으로 우선 거론되는 방안은 DSR 규제 확대 일정 조정이다.
개인별 DSR 규제 확대 시행 시기를 앞당기거나,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제2금융권에 지금보다 강화된 대출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 7월부터 개인별 DSR 40% 적용 대상을 전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내년 7월부터는 전 금융권 대출을 합쳐 총대출액 2억원이 넘는 경우로, 내후년 7월에는 총대출액 1억원이 넘는 경우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DSR 규제는 은행권에 40%를 적용하고 있지만, 제2금융권에는 DSR 60%까지 가능하다.
규제 차익을 위해 제2금융권에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1·2금융권에 일괄적으로 DSR 40%를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 DSR 규제 강화 검토는 일찌감치 끝낸 상황으로, 규제 강화에 따른 서민 피해 등 보완 방안과 함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재 가계대출 증가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전세자금대출이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증가세가 과도하다고 보고 관리 방안을 살펴보고 있지만, 실수요자 피해 등 민감성을 이유로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5대 은행만 놓고 보면 이달 16일 기준 전세대출은 작년 말 대비 14.74% 증가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분의 49.38%를 차지한다.
이미 적용한 규제 때문에 올해 새로 나가는 주택담보대출은 많지 않고 전세대출과 정책대출, 집단대출이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진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도 "실수요와 관련한 대출 위주로 늘고 있어 정책적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다.
금융당국은 실제로는 여유자금이 있는데도 최대한도로 대출을 받아 전세 보증금을 내고, 나머지 돈으로 주식 등에 투자하는 '빚투' 수요가 섞였다고 본다.
전세대출은 은행들이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등 금융공기관의 보증을 받아 전세자금을 내주고 있다. 대출액의 90∼100%를 공적보증을 받는다. 은행으로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라 쉽게 대출을 내주고, 그만큼 위험관리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연 2%대 낮은 금리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일단 '받고 본다'는 인식이 대출을 부추긴다는 시각도 있다. 세입자가 대출을 받아 마련한 전세금을 집주인이 '갭투자'로 활용하는 등 궁극적으로 갭투자를 부추긴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세 계약과 동시에 즉시 집주인 계좌로 입금되는 구조를 고려해보면, 대출자 입장에서는 정직한 실수요 대출이란 것이다.
KB리브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과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각각 작년 말보다 8.21%, 8.38% 상승했다. 전셋값이 올라 전세대출이 늘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고승범 위원장은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실수요자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규제를 적용하기보다는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금융권 스스로 위험 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출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주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미 KB국민은행이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는 등 관리를 강화했으며, 다른 은행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 안에서는 가계대출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른 만큼, 전세대출, 정책대출 등 종류를 막론하고 '지나친 대출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대출에 깐깐해져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규제가 아니더라도 '빚으로 투자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시장 심리를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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