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유엔총회 참여 원해…카타르와 파키스탄은 옹호
(자카르타 베이징=연합뉴스) 성혜미 조준형 특파원 = 탈레반이 임명한 아프가니스탄 과도 정부 총리 대행 등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중국, 파키스탄에서 보낸 특사와 회담을 했다.
국제사회로부터 정식 정부 승인을 받으려는 탈레반과, 미국이 떠난 아프간에서 조심스럽게 전략적·경제적 기회를 탐색중인 중국·러시아의 이해가 일치함에 따라 이들 국가의 접촉은 갈수록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2일 타스통신과 EFE통신에 따르면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과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장관, 헤다야툴라 바드리 재무장관이 전날 수도 카불에서 3개국이 보낸 특사와 만났다.
러시아에서는 아프간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인 자미르 카불로프 러시아 외무부 제2아주국 국장이, 파키스탄에서 모하맛 사디크 칸 특사, 중국에서는 웨샤오융(岳曉勇) 특사가 방문했다.
탈레반은 이번 회담에서 아프간의 현재 상황과 미래, 국제관계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지난달 15일 20년 만에 정권을 다시 잡은 탈레반이 이달 7일 과도 정부의 내각 명단을 발표한 뒤 첫 공식 회담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탈레반 측의 요청에 따라 4자 회동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면서 "세 나라(중국·러시아·파키스탄)와 탈레반 당국은 아프간의 평화·번영 및 지역 안정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건설적인 접촉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3국 특사들은 카불 방문 기간(21∼22일) 하미드 카르자이 전 아프간 대통령을 비롯한 아프간 원로들과 만나 아프간의 평화 및 안정 문제를 촉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자오 대변인은 소개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은 아프간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정책을 펴면서 줄곧 아프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아프간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치적 안배와 온건한 대내외 정책을 펴고 각종 테러단체와 철저히 단절하고 주변국들과 잘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모든 국제적 요구가 충족됐다며, 공식적으로 아프간 정부를 인정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이 탈레반이 임명한 아프간 정부 인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사이 중국은 "아프간의 새 정부 및 지도자와 지속해서 소통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국제사회에서 탈레반을 옹호하고 있다.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은 유엔총회를 앞두고 지난 20일 "각국이 탈레반 정부를 서둘러 인정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아프간 자산 동결부터 풀자. 자산 동결은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촉구했다.
탈레반 재집권 후 미국 등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90억 달러(10조4천억원)에 달하는 외환보유고가 동결됐고, 국제사회 원조가 중단되면서 아프간 국민이 생활고에 가재도구를 내다 팔고 있다.
카타르의 군주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 타니도 전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탈레반을 보이콧하지 말라며, 지속적인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탈레반을 보이콧하는 것은 양극화와 반작용만 초래하는 반면 대화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달 15일과 20일 탈레반 내각의 무타키 외교장관 등으로부터 제76차 유엔 총회 참석을 원한다는 서한을 받았다고 전날 공개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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