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설계한' 홍콩 선거인단 선거 99.7% 친중후보 당선(종합)

입력 2021-09-2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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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설계한' 홍콩 선거인단 선거 99.7% 친중후보 당선(종합)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선거제 개편…당선인 364명 중 야권 단 1명
"유권자도 후보의 전문성보다 정치적 배경 우선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원칙으로 선거제를 개편한 후 홍콩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선거인 선거인단 선거에서 친중 진영 후보가 당선인의 99.7%를 차지했다.
규모와 권한이 막대해진 선거인단은 지난 19일 선거 결과 99.9% 친중 진영으로 채워지게 됐다.
야권 인사는 선거인단 전체 1천500명 중 단 1명이다.
이 같은 결과는 선거에 앞서 이미 많은 부분이 중국의 입맛에 맞게 철저하게 사전조율을 거쳤기 때문에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 364명 뽑는 선거에 412명 출마…야권 단 2명뿐
중국은 홍콩 선거제 개편을 통해 선거인단의 규모와 권한을 대폭 늘리는 대신 직선직 규모는 줄였다.
선거인단 정원이 300명 늘어나 1천500명이 됐으나 선거로 채워지는 자리의 비중은 과거 86%에서 64%로 줄었다.
나머지는 당연직이거나 단체 추천 인사, 관리로 채워졌다. 자연스럽게 친중 진영이 선거 없이 선거인단의 약 40%를 장악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1천500명 정원인 선거인단은 5개 분야, 40개 직군으로 구성된다.
선거는 분야별 간접선거로 진행되며,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출마할 수 있다.
이번 선거 후보 등록 마감 결과 40개 분야 중 사회복지·노동·교육·의료 등 13개 분야만 선출직 자리보다 등록 후보가 많았다. 나머지 27개 분야는 선출직 자리와 등록 후보 수가 일치하거나 오히려 후보가 적었다.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 통과 전망이 낮은 야권 후보들이 출마하지 않고 친중 진영에서는 후보자를 조율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13개 분야 364석을 놓고 412명이 겨루는 '작은 선거'가 치러졌다. 이중 친중 진영 단체나 기업과 관련이 없는 야권 후보는 나란히 사회복지 분야에 출마한 2명이 전부였다.
투표 결과 당선인 364명 중 1명만이 야권 후보로 나타났다.
선거인단은 홍콩 행정장관을 뽑고 입법회(의회) 의원 40명을 선정하며, 모든 입법회 선거 출마자를 고른다.
차기 선거에서도 야권 인사는 설 자리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홍콩은 오는 12월 입법회 선거, 내년 3월 행정장관 선거를 치른다.



◇ "유권자도 후보의 전문성보다 정치적 배경 우선시"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원칙 아래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 후보뿐만 아니라 유권자에게도 '애국심'이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였다고 보도했다.
홍콩 친중 진영에서는 민주진영 인사들에 '애국심'이 결여돼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자격심사위원회도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로 '애국심'을 강조한다.
SCMP는 "유권자들도 출마자의 전문성과 해당 분야 이력보다는 애국심과 정치적 배경을 최우선 판단 요소로 삼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정치 분석가 데릭 연은 중국 정부가 관심을 가지는 한 선거인단 구성원은 관련 분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충실한 애국자로서의 이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선거제 개편 후 첫 선거이자 권한이 막강해진 선거인단을 뽑는 것으로, 중국 정부는 선거인단 구성에 있어 어떤 문제도 없도록 해야 했다"고 말했다.
선전대 홍콩마카오 기본법연구센터 쑹시오충 교수도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의 관련분야 전문성보다 정치적 배경이 중요시됐다며 "이는 향후 해결할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90%를 기록했다.
선거 규모 자체가 작았던 데다 유권자 수와 구성이 대폭 조정됐고, 중국이 투표를 독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60여 개의 선거 규정을 변경하면서 선거인단 유권자 수를 2016년의 24만6천440명에서 97%나 줄인 7천971명으로 정했다.
과거 선거인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주로 야권을 지지했던 개인 유권자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친중 진영 조직과 분야를 대표하는 단체(기업) 유권자 위주로 개편한 것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선임 강사는 앞서 홍콩 명보에 "선거인단 투표율이 높게 나온다고 해도 국제 사회가 선거의 대표성과 결과를 신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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