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칼린 보고서…"2018년 경제건설 노선 내세우기 전부터 토론 치열"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기존 '핵·경제 건설 병진'에서 경제건설 우선 노선을 내세우기 앞서 고위 당국자들 간에 치열한 내부 토론이 벌어져 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의해 발표된 보고서는 북한의 경제 매체 기사를 통해 군비 우선론과 경제 우선론 간의 내부 갈등을 추적했다.
보고서는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함께 권력을 세습할 때 논쟁이 가열됐고, 북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남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던 2018년에 이르기까지 격화된 것으로 바라봤다.
보고서는 국방비 지출이 경제를 자극하는 수단이라는 주장이 있었고, 다른 편에서는 방점을 군에서 경제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핵·경제 건설 병진'에서 노선을 전환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말했다.
이후 같은 달 27일과 다음 달 26일 남북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린 데 이어 같은 해 6월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
특히 보고서는 북한 경제정책의 미적분학과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둘러싼 역사적 줄다리기를 이해하는 것이 비핵화와 화해를 만들어나가는 열쇠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 경제의 가장 큰 부분이 국방 분야에 할애돼 민간 경제를 굶주리게 하고 있다는 견해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확립된 정책이 아닌 데다, 한동안 지속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김 위원장이 후계자가 되면서 북한 경제 매체들은 국방에 대한 기사보다 향상된 경제 운영의 필요성에 대한 기사를 더 싣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병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들을 위한 토대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고서는 북한의 경제 매체 기사들이 리더십 아래에서 주요 정책에 대한 논쟁이 있을 때 가장 적절한 부분을 반영한다면서 평양의 공식 성명에 대한 맥락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북미간 대화가 급진전한 이후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고착화되자 김 위원장은 2019년 말 열린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북미대화 국면 이전의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사실상 되돌아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핵무기와 최첨단 무기 개발에 총력전을 펴겠다고 밝히면서도 개정된 '조선노동당 규약'에서 기존 병진노선 문구 대신 자력갱생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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