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이상 최대 규모 3건 잇달아 포착…태양광 패널에 모래 뿌려 먼지 털어내고 가동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붉은 행성' 화성의 내부 구조를 탐사하기 위해 파견된 '인사이트'(InSight)호가 규모 4.0이 넘는 역대 최대 화진(Marsquake)을 잇달아 잡아냈다.
특히 이 화진은 모래로 태양광 패널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사투'(沙鬪)가 없었다면 포착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인사이트호는 화성 시간으로 착륙 1천솔(sol·1sol=24시간37분23초)일이 된 지난 18일 지금까지 감지한 화진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긴 시간 진행된 규모 4.2 진동을 포착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규모 4.2, 4.1 화진을 포착한 데 이어 한 달이 채 안 돼 잡아낸 것이다.
이 화진들은 이전까지 포착된 화진 중 가장 컸던 2019년 7월의 규모 3.7 화진과 비교해 4~5배 더 큰 것이다.
화진을 통해 포착된 지진파는 강할수록 표면층과 맨틀, 코어 등 행성 내부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지금까지 인류가 지진계를 설치한 곳은 달 이외에 행성으로는 화성이 유일하며, 이를 통해 수집된 자료는 화성을 넘어 암석형 행성의 형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토대가 된다.
지난 2018년 10월 말 화성 적도 인근의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한 인사이트호는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동력을 얻는데, 태양광 패널에 먼지가 두껍게 쌓여 충전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행성 자체가 태양에서 멀어지는 궤도로 진입하면서 일부 장비를 꺼놓을 수밖에 없었다. 태양광 패널의 충전량은 점점 더 떨어지는데 기온 저하로 보온에 필요한 에너지는 더 많아져 취한 불가피한 조처였다.
인사이트호의 주요 임무인 지진계 운용도 위협 받았지만 두 개의 태양광 패널 중 한쪽 끝에 로봇팔로 모래를 끼얹는 모험적인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모래가 강한 바람을 타고 태양광 패널 위에 쌓인 먼지를 쓸고 지나가길 바랐는데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이 덕분에 전력 상태는 지진계를 계속 운용할 만큼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현재는 다시 태양에 근접하는 궤도로 들어서면서 전력 충전량도 조금씩 늘어나는 단계가 됐다.
인사이트 운영팀은 다른 쪽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 같은 방식으로 먼지를 털어내는 방안을 활용할지 검토 중이다.
인사이트 운영팀의 선임 분석관 브루스 바너트 박사는 "올해 초 신속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중요한 과학적 기회를 놓칠 뻔했다"면서 "화성에 착륙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이번 두 화진은 독특한 점이 있으며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지난 18일 화진은 아직 분석 중이지만 지난달 25일 두 차례 화진은 이미 분석 결과가 나와 있다.
규모 4.2 화진은 인사이트호에서 약 8천500㎞ 떨어진 곳에서 발생해 지금까지 포착된 화진 중 가장 먼 곳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화진은 대부분 약 1천600㎞ 떨어진 '케르베루스 포사이'(Cerberus Fossae) 지역에서 포착됐는데, 수백만 년 이내에 용암이 흘렀던 지역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함께 규모 4.2 화진은 느리고, 저주파 진동을 동반한 것에 비해 인사이트호에서 약 925㎞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규모 4.1 화진은 빠른 고주파 진동을 가져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서로 다른 거리에서 형태가 다른 화진이 잇달아 발생함으로써 행성 내부 구조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있을 것으로 지질학자들은 반기고 있다.
지금까지 화진이 기온 저하로 바람이 잦아들면서 소음이 적은 밤 시간대에 주로 포착된 것과 달리 지난달 25일 화진은 모두 바람이 강한 소음을 만들어내는 낮에 포착된 것도 특이점으로 꼽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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