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탈레반의 아프간…음악 사라지고 손발 절단형 예고

입력 2021-09-24 12:35   수정 2021-09-24 17:52

달라지는 탈레반의 아프간…음악 사라지고 손발 절단형 예고
전직 권선징악부 수장 "손 자르는 것은 필요, 예방 효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거리에서는 음악이 사라졌고, 여성들은 설 자리를 빼앗겼으며 손발 절단형이 부활할 것이란 움울한 예고가 나왔다.



24일 AP, dpa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는 재집권 후 '정상국가'를 외치고 있지만, 현장의 탈레반 대원들은 1차 집권기(1996∼2001년)의 공포 통치를 되풀이하고 있다.
20년 전 아프간은 탈레반에 의해 극단적인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따르면서, 노래 부르기와 음악 감상이 금지됐다.
탈레반은 여학생 등교와 취업을 금지했고, 여성의 공공장소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복장) 착용 의무화와 함께 성폭력, 강제 결혼이 횡횡했다.
강도나 절도범의 손발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등 공개 처형도 이뤄졌다.
새로 들어선 탈레반 과도정부는 여성부를 폐지하고, 1차 집권기에 도덕 경찰로 활동하던 '기도·훈도 및 권선징악부'를 부활시켰다.



시민들은 권선징악부의 부활에 공포감을 나타낸다.
한 카불 주민은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트는 것을 멈췄다. 탈레반의 과거 집권기 경험 때문"이라며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음악을 공식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운전자들은 검문소를 지날 때 음악을 끄고, 거리나 결혼식장에서 연주하던 음악가들은 생계 곤란에 처했다.
결혼식 밴드에서 활동하던 무자파르 바흐시(21)는 "현 상황은 매우 억압적"이라며 "벼룩시장에 이것저것 내다 팔아 연명하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굶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고한 할아버지는 아프간의 클래식 거장 라힘 바흐시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악가는 "검문소를 통과할 때 탈레반이 차 안에 있던 3천 달러 상당 키보드를 부쉈다"고 말했다.
카불의 노래방에는 탈레반 대원들이 찾아와 아코디언을 부수고, 간판을 철거한 뒤 손님들에게 당장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탈레반 대변인인 빌랄 카리미는 '음악이 금지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 검토 중이며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상당수 음악가들이 탈레반 재집권과 동시에 해외로 망명했고, 남은 연주자들도 떠날 기회를 보고 있다.



1차 집권기 당시 탈레반 법무장관이자 권선징악부 수장을 지낸 물라 누루딘 투라비는 최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겠지만, 사형집행과 손발 절단형이 다시 적용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투라비는 이번 과도 정부에서 전국 교도소 등 수용시설 책임을 맡았다.
샤리아 중에서 인권탄압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후두드(Hudud·후드드)로, 살인·강도·강간·간통 등 중범죄에 대한 형벌을 담았다.
형벌의 종류가 참수, 돌 던지기, 손발 절단, 태형 등의 방식이다 보니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나라는 소수다.
하지만, 탈레반은 1차 집권기 시절 대형 운동장이나 모스크에 남성들을 꽉 채운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처형을 집행했다.
사형 판결이 내려진 범죄자에 대해서는 피해자 가족이 총으로 머리를 쏴 죽이거나, 살려주는 대신 돈을 받도록 했다.
절도범은 손을 잘랐고, 노상강도는 손과 발을 절단했다.
투라비는 "여성 판사를 포함해 판사들이 앞으로 판결을 내렸지만, 아프간 법의 근간은 쿠란"이라며 "과거와 같은 처벌이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을 자르는 것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 그것은 억제 효과가 있다"며 "과도 정부가 이러한 처벌을 공공장소에서 할지 포함해 정책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지난주에 최소 두 차례 절도범의 손을 묶고 트럭에 태우고 시내를 돌았고, 얼굴에 도둑이라고 글씨를 적어 공개 망신을 줬다.
또 오래된 빵을 절도범 목에 걸거나 입에 물게 한 사례도 있다.



한편, 탈레반 재집권 후 여성들은 일할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방송국의 여성 앵커와 기자들은 출입이 금지됐고, 카불시청은 여직원이 맡았던 일을 모두 남성에게 주기로 했다.
수도 카불과 헤라트주 등에서 용감한 여성들이 교육과 일할 기회를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나섰다가 채찍질을 당하기도 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등은 "탈레반이 헤라트주에서 심각한 여성 인권 침해를 저지르고 있다"며 "여성들이 남성 동반자 없이 밖에 나가는 것을 막고, 복장 규정 부과, 취업과 교육, 평화적인 시위의 권리를 모두 빼앗겼다"고 전날 성명을 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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