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료계 "브라질 방역 시스템에 대한 모욕" 맹비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부인은 미국에서 접종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과 의료계에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 시사주간지 '베자'와 인터뷰를 통해 부인 미셸리 보우소나루가 이번 주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라면서 "내 아내는 미국에서 백신을 맞겠다고 했으나 나는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39세인 대통령 부인은 수도 브라질리아 보건 당국의 접종 일정에 따라 7월 23일부터 백신을 맞을 수 있었으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을 기다려 뉴욕시에서 백신을 접종했다는 의미가 된다.
대통령 부인이 브라질이 아닌 미국에서 백신을 접종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의료계에서는 "브라질의 보건 시스템과 국가백신접종계획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상원 코로나19 국정조사위원장인 오마르 아지즈 의원은 "대통령 부인이 브라질에서 백신을 접종해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했다"면서 "진정한 애국심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부위원장인 한도우피 호드리기스 의원은 "브라질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감염병학자인 페드루 할라우는 "대통령 부인이 미국에서 백신을 접종했다는 게 사실로 확인되면 그것은 브라질과 브라질의 보건 시스템에 대한 모욕이자 자신감 부족"이라고 거들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양성 판정을 받고 관저 격리에 들어갔다가 네 번째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와 20여 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이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에 한 번 걸렸기 때문에 항체가 생겼다고 주장하면서 지금까지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