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북부서 反이민 시위…베네수엘라 이민자 천막 불태워

입력 2021-09-27 00:59  

칠레 북부서 反이민 시위…베네수엘라 이민자 천막 불태워
인권단체 "정부 정책이 이민자 혐오 부추겨" 비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칠레 북부에서 베네수엘라 이민자 유입에 분노한 주민들이 이민자들의 천막과 소지품을 불태우며 거센 시위를 벌였다.
26일(현지시간) 칠레 언론과 EFE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칠레 북부 해안도시 이키케에서 5천 명가량의 주민이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에 항의하며 행진했다.
시위대는 칠레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부르며 "불법 이민자 반대" "베네수엘라인들은 나가라" "당장 국경을 닫아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성난 시위자들은 베네수엘라인들이 머물던 거리의 천막과 매트리스, 담요, 옷가지, 장난감 등을 한데 모아 불태우기도 했다.
예고된 시위 하루 전날인 24일엔 경찰이 이키케 도심 광장에 있던 이민자 천막촌을 강제로 철거한 바 있다.
갈 곳을 잃은 베네수엘라인들은 시위대의 분노까지 자신들을 향하자 도시 곳곳을 전전하며 몸을 피했다.

이키케에 머무는 베네수엘라인들은 볼리비아에서 육로 국경을 넘어온 이들이다.
극심한 경제난과 사회 혼란이 이어지는 고국을 떠나 남미에서 비교적 경제 사정이 좋은 칠레로 들어왔다.
대부분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민자들로, 수도 산티아고까지 이동할 경비조차 없어 이키케에 발이 묶인 채 막일과 구걸로 연명하고 있다.
이민자들의 소지품까지 불태운 거센 반(反)이민 시위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졌다.
펠리페 곤살레스 유엔 이주자 인권 특별보고관은 트위터에 시위 영상을 공유하며 "취약한 이민자들을 향한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민을 범죄로 취급하는 외국인 혐오 담론이 안타깝게도 칠레에서 점점 더 자주 등장하며 이 같은 야만 행위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도 성명에서 "이런 상황은 이민을 범죄화하는 정부 정책의 결과"라며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칠레로 오는 이민자들을 향한 인종차별 범죄의 확대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지역 검찰은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방화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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