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후계 연정협상서 결정…녹색·자민당이 킹메이커

입력 2021-09-27 08:21  

메르켈 후계 연정협상서 결정…녹색·자민당이 킹메이커
사민당·기민당 총리 후보 "연정협상 크리스마스 전까지 끝내도록 최선"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26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하원 총선에서 사회민주당(SPD)이 근소한 승리를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주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에 따라 16년 만에 메르켈의 뒤를 이을 총리 자리는 두 정당의 후보 중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하는 후보가 차지하게 된다.
연립정부가 정당 상징색에 따라 사민당 주도의 '신호등(사민당-빨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 연정'이 될지, 기민·기사당 연합 주도의 '자메이카(기민당-검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 연정'이 될지는 제3당이 된 녹색당과 역시 두 자릿수 득표율을 얻은 자민당이 결정하게 된다. 누가 총리가 될지 캐스팅보트는 녹색당과 자민당이 쥔 셈이다.

◇ 연정구성? 사민당 "투표로 위임받아" vs 기민당 "성공해야 총리"



사민당은 이날 오후 11시 30분 현재 독일 ARD와 ZDF 방송의 잠정집계 결과, 기민·기사당 연합에 대해 근소한 승리를 기록 중이다.
사민당은 잠정집계 결과 25.8%(ARD)·26.0%(ZDF)를 득표해 기민·기사당 연합(ARD 24.1%·ZDF 24.2%)에 근소하게 앞섰다.
녹색당은 14.6%(ARD)·14.3%(ZDF), 자민당은 11.5%(ARD)·11.5%(ZDF)를 각각 득표했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는 이날 ARD·ZDF 방송에 출연해 "유권자들의 표심은 명확하다"면서 "나는 명백히 연정 구성 임무를 위임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아르민 라셰트 기민·기사당 연합 총리 후보는 같은 방송에서 "독일에서 총리가 되려면 다양한 원내교섭단체 한데 모으는 데 성공해야 한다"면서 "항상 가장 득표율이 높은 정당이 총리를 세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일은 선거제도의 특성상 하나의 정당이 단독 정부를 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총선이 끝나도 연립정부 협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번에는 어느 당도 득표율이 높지 않아 1953년 이후 처음으로 세 개의 정당이 연립정부를 꾸려야 해 더욱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방하원이 내달 26일 먼저 출범한 뒤 연정협상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연방의회는 총선 이후 한 달 안에 원 구성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다만, 두 총리 후보는 모두 크리스마스 전까지 연정협상을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4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 제도는 1인 2표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지역구 후보와 지지 정당에 각각 투표할 수 있다.
법정 의석수는 598석이지만 정당의 전체 의석수는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결정되고, 지역구 투표율에 따른 의석이 많을 경우 초과 의석을 그대로 인정하기 때문에 현행 709석인 연방의원수는 최대 1천명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킹메이커 녹색·자민당…신호등 vs 자메이카 캐스팅보트
이번 총선에서 제3당으로 올라선 녹색당과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자민당은 사민당 주도의 신호등 연정이 될지, 기민·기사당 연합 주도의 자메이카 연정이 될지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녹색당 입장에서는 사민당이냐 기민·기사당 연합이냐를 가르는 핵심 쟁점은 기후변화 대응책보다는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한 정책이 될 전망이다.



안나레나 배어복 녹색당 총리후보는 ZDF방송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대응책에서는 사민당과 기민·기사당 연합 간에 차이가 거의 없다"면서 "쟁점은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을 높이고 부유세를 도입하되 중저소득자의 부담은 낮추는 방안이 해당한다.
자민당은 기민·기사당 연합과 정책적 유사성이 크다면서 자메이카 연정에 대한 선호를 드러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민당 총리 후보 겸 대표는 "먼저 녹색당과 협의할 것"이라면서도 "정책 측면에서 유사성은 자메이카 연정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대표 정책은 기업과 고용주의 세 부담을 적극적으로 낮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빚더미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이기 때문에 증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사민당이나 녹색당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기민당은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 인상이나 부유세 도입을 포함한 모든 증세를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는 사민당은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현행 9.6유로(1만3천300원)에서 12유로(1만6천600원)로 인상하는 게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이에 대해 기민·기사당 연합과 자민당은 최저임금의 정치적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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