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허, 헝다 사태·경기 둔화 우려에 "위험 통제 능력 있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강력한 규제로 자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들을 철저히 당국의 통제하에 두려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지원하겠다면서 시장 달래기 성격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27일 인민일보(人民日報)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저장성 항저우(杭州)시 우전(烏鎭)에서 개막한 세계인터넷대회에 보낸 축사에서 "중국은 세계 각국과 더불어 진보를 추구하는 인류의 역사적 책임을 나눠 짊어지는 가운데 디지털 경제의 활력을 고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인터넷 등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과 중국 간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는 가운데 시 주석은 인터넷 분야에서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에 견제구를 던졌다.
그는 "디지털 기술은 인류의 생산과 생활에 광범위하고 깊은 영향을 끼친다"며 "세계에 100년에 한 번 찾아올 변화와 세기급 전염병 확산이 겹친 이때 국제사회가 절박하게 손을 잡고 기회를 포착하고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이처럼 국제사회의 '열린 협력'을 주창하면서도 시 주석은 자국의 '디지털 안보 장벽'을 더욱 튼튼하게 치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는 화상 연결 방식으로 세계인터넷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류 부총리는 "인터넷은 부단히 새 영역을 개척해 이미 산업 발전, 경제 구조, 사회생활, 세계 환경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인터넷과 디지털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 지도자인 시 주석과 '경제 실세'인 류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작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대담한 정부 규제 비판 이후 시작된 중국 당국의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 고강도 규제가 지속되면서 업계 내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당국이 인터넷 기업 규제가 급속한 발전 속에서 전자결제, 쇼핑, 차량 호출, 음식 배달 등 여러 분야에서 14억 중국인의 일상을 장악하며 큰 힘을 갖게 된 빅테크를 잠재적인 체제 도전 요인으로 보고 당과 국가의 철저한 통제를 전제로 한 새 질서 구축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독과점과 부정경쟁 방지, 금융 안정, 이용자 개인 정보 보호, 국가안보 등을 인터넷 기업 통제의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현재 진행 중인 인터넷 산업 규제가 관련 업계의 과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장기적이고 높은 질적 발전을 위한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그렇지만 갑작스러운 중국의 정책 변화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져 중국은 물론 세계의 투자자들이 이미 수백조원대의 평가 손실을 본 상태다.
또 표면적 이유는 다양하지만 틱톡을 만든 장이밍(張一鳴·38) 바이트댄스 창업자, 황정(黃?·41) 핀둬둬 창업자 겸 회장, 징둥(京東) 창업자인 류창둥(劉强東·47) 회장 등 젊은 빅테크 창업자들도 은퇴나 2선 후퇴를 선언하는 등 중국의 인터넷 업계의 거물들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다.
한편,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위기 속에서 중국의 경기가 급속한 둔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류 부총리는 헝다의 채무불이행 위기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경제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 부총리는 "중국 거시경제는 전체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해본 경험과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발전 전망은 매우 밝다"고 밝혔다
류 부총리는 인터넷, 사교육, 부동산 규제 등으로 촉발된 민영 경제 부문 위축 우려와 관련해서는 "민영 경제의 건강한 발전, 기업가의 혁신과 창업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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