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역사상 처음으로 3개 정당 연정 추진…난항 예상
차기 총리도 메르켈 위상에 가려질 운명…리더십 발휘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26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확실한 승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향후 연립정부 구성 과정 등을 거치며 상당 기간 권력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총선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이 24.1%, 사회민주당(SPD)이 25.8%의 득표율을 기록해 사민당이 근소한 승리를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양측 모두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16년 만에 메르켈의 뒤를 이를 총리 자리를 누가 차지하게 될 것인지, 또 유럽 최대 강국 독일을 이끌 주도권을 어느 정당이 차지하게 될 것인지는 향후 복잡하게 전개될 연정 구성 결과에 따라 달라지게 됐다.
메르켈 총리는 연정 구성이 이뤄질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게 된다. 사민당, 기민·기사당 모두 일단 크리스마스 시점을 목표로 연정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권력 승계가 지연되면서 독일 안팎으로 권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맞서 유럽 동맹국들을 규합해야 하는 미국은 물론, 유럽 내 독일의 동맹국들 역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독일의 연정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가까스로 연정이 구성된다고 하더라도 향후 독일의 영향력이 메르켈 치하 때보다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메르켈의 인기가 워낙 높았던 탓에 차기 총리는 적어도 초기에는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꼽혔던 메르켈의 위상에 가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차기 총리는 서로 다른 3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를 최대한 조화롭게 이끌어야 하는 부담도 떠안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는 어느 당도 확실하게 득표율이 높지 않아 사민, 기민·기사당 외에 다른 군소정당까지 끌어들인 3개 정당 연립 구도로 연정을 꾸려야 한다. 독일 전후 역사상 정당 3곳이 연정을 추진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연정구성 과정도 그 어느 때보다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3개 정당이 내세우는 각기 다른 어젠다 우선순위와 이해관계를 서로 절충하는 복잡한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최대 득표율을 기록한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후보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역시 향후 연정 구성 과정에서 그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숄츠 후보는 잠정 집계 결과가 발표된 직후 독일 ARD·ZDF 방송에 출연해 "나는 명백히 연정 구성 임무를 위임받았다"며 연정 구성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르민 라셰트 기민·기사당 연합 총리 후보도 같은 방송에서 "독일에서 총리가 되려면 다양한 원내교섭단체를 한데 모으는 데 성공해야 한다"며 역시 연정 구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구성될 3개 정당 연정이 계속해서 큰 마찰 없이 굴러갈지도 지켜봐야 한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만은 WSJ에 "차기 총리는 세 갈래의 다른 길에 다리를 걸치고 있어야 하는 셈"이라며 "이는 유럽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리더십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내년 4월 프랑스 대선까지 예정돼 있어 유럽의 두 경제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기후변화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현안이 다시 논의되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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