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싸고 때아닌 '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포문은 지난 2008년 1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국민당 정부를 이끌었던 존 키 전 총리가 열었다.
그는 26일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저신다 아던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국경 봉쇄 등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책과 관련, 목표가 더는 독선적인 은둔의 왕국에 머무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며 뉴질랜드인들의 외국 여행은 물론 외국인들의 뉴질랜드 입국도 허용해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들은 북한처럼 계속 살아가는 것을 좋아할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또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접종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상품권을 주거나 술집 같은 데는 접종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정책을 펴야 한다며 접종을 받는 한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지 공포로 통치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노동당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크리스 힙킨스 코로나19 대응 장관은 독선적인 은둔 왕국이라는 키 전 총리의 발언은 뉴질랜드인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그가 제안한 내용은 정부가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검토하는 것들로 내년 초부터 국경을 다시 열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가 뉴질랜드를 독선적인 은둔 왕국이라는 표현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뉴질랜드인들은 초기에 강력하게 대응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키 전 총리는 27일 또다시 한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그런 접근법이 먹힐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포와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작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아던 총리는 백신 접종 대상 인구의 90%가 두 차례 접종을 마치면 규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의 계획은 사실과 통계에 기초한 것으로 키 전 총리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전략이 없다고 말하는 키 전 총리가 틀렸다며 "희망과 행운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감염률, 가장 낮은 사망률을 보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안나 파이필드 도미니언포스트 부장도 칼럼을 통해 "뉴질랜드는 북한이 아니다"며 키 전 총리의 북한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국경 봉쇄와 격리시설 부족 등으로 수많은 뉴질랜드인이 고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또 뉴질랜드에 있는 사람이 가까운 친척을 만나러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는 좌절감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키 전 총리가 북한과 비교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일할 때 12차례나 북한을 방문한 바 있고 '위대한 후계자'라는 김정은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다며 북한은 지도자에 대한 비판도 없고, 야당도 없고, 언론의 자유도 없고, 이동의 자유도 없고, 먹을 것도 충분히 없는 곳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매체는 제1야당인 국민당이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참패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민당 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키 전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으로 주목받는 아던 총리 정부를 겨냥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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