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가벽 설치해 여러 가구 거주
화재 등 재난에 취약해 반대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뉴욕시에 주거난 해소의 일환으로 '아파트 쪼개기'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제출돼 주목된다.
그러나 이렇게 건물 내부에 가벽을 설치해 여러개의 집을 만드는 '아파트 쪼개기'는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벤 칼로스 뉴욕시의원은 지난 23일 기존 아파트 내부에 가벽을 설치해 세대 구분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칼로스 의원은 "가벽을 설치하면 뉴욕에 살 여유가 없던 사람도 집세를 싸게 나눠 낼 수 있고 아기방이 생기면서 부모들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며 "이런 임시 벽이 불법인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법안에는 아파트마다 방을 얼마나 추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한 규정은 없지만, 안전성을 고려해 적정 범위 이상을 넘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폐쇄할 수 있도록 뉴욕시 빌딩국(DOB)의 권한을 열어놨다고도 덧붙였다.
현행 도시법에 따르면 공식 허가 절차와 DOB의 승인이 없는 한 기존 건물에 가벽을 설치하거나 복층을 나눠 주거 공간으로 개조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를 위반하면 2천500달러(294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관련 민원만 1만 건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아파트 쪼개기'는 뉴욕시의 오랜 관행으로 비싼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임차인들이 룸메이트와 함께 살면서 돈을 절약하고 집주인은 배를 불리는 꼼수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 아파트의 가벽 설치 사실을 DOB에 알리기만 하면 될 뿐 승인 절차까지 밟을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전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욕 소방국 대변인은 "불법 개조는 위기 탈출을 막고 뉴욕 시민들과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의 생명을 위협한다"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2005년 브롱크스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두 명이 사망한 데 가벽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단속이 강화되기도 했다.
DOB 관계자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불법 개조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칼로스 의원은 이런 관행이 부동산 사이트에도 공공연하게 등록돼있으며, 맨해튼에만도 수천 개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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