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협상에 우선권 없이 원내정당 누구나 참여
협상시한 없어…조각조각 의석배분에 혼란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26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연방의원 총선거가 사회민주당(SPD)의 근소한 승리로 나타나면서 연립정부 구성을 향한 정당들의 샅바싸움이 시작됐다.
AFP 통신은 27일 정당들이 연립정부 구성을 놓고 경쟁한다며 이날 정당들이 이와 관련한 지도부 회의를 열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총리는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고 연방의회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번 총선으로 하원 의석의 과반을 획득한 정당이 나오지 않은 만큼 여러 정당이 정부를 함께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사회민주당을 비롯한 여러 정당은 연정 구성을 위해 탐색 형식의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초기 단계의 협상에는 모든 정당이 참여할 수 있고 기간 제한도 없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많은 국가가 득표율이 가장 높은 정당에 먼저 협상권한을 부여하는 방식과 다르다.
독일에서는 탐색 협상을 거쳐 2∼3개 정당이 연정 구성의 원칙에 합의한 뒤 공식적인 연정 협상을 시작한다.
독일에서는 공식적인 연정 협상에도 시한이 없다.
정당들은 협상 막바지에 각각 차지할 장관 몫을 결정하고 연정 협정문에 서명하게 된다.
외신은 독일 연정 협상이 힘든 여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AFP는 앞으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적어도 몇 주 동안 직책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총선에서 초박빙 접전을 펼친 사민당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서로 연정 협상을 주도하겠다며 치열한 기싸움을 예고한 상태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는 "사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면서 "유권자들은 내가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민·기사당 연합의 총리 후보 아르민 라셰트도 "항상 가장 득표율이 높은 정당이 총리를 배출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민·기사당 연합 주도로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사민당과 기민·기사당 연합은 일단 크리스마스 시점을 목표로 연정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사민당과 기민·기사당 연합 모두 득표율 20%대 중반이어서 다른 군소정당까지 끌어들인 3개 정당 연립이 만들어질 개연성이 커 보인다.
사민당의 득표율은 25.7%이고 시민·기사당 연합의 득표율은 24.1%로 잠정 집계됐다.
총선 득표율 10%대를 기록한 녹색당이나 자민당이 차기 총리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정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대통령이 나서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독일 기본법(헌법) 63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총리 후보를 제청할 수 있으며 총리 후보자는 의회에서 비밀투표로 재적의원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총리에 오를 수 있다.
총리 선출에 실패하면 2주간 2차 투표가 실시되고 이때도 총리 선출에는 의석의 과반 지지가 필요하다.
2차 투표에서도 총리 선출에 실패할 경우 3차 투표가 실시된다.
대통령은 3차 투표의 최다 득표자를 소수 정부의 총리로 임명할지, 아니면 의회 해산을 거쳐 재선거를 요청할 수 있다.
4년 전에도 독일 총선 이후 오랜 연정 협상 끝에 가까스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2017년 9월 24일 총선이 실시된 뒤 약 6개월 만인 2018년 3월 14일에야 메르켈 총리가 하원에서 다시 선출됐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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