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뉴스 탐사보도…런던 시내 총격전·차량 공격 등 검토하다 무산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에서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를 납치·암살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야후가 운영하는 매체 야후뉴스가 30여 명의 전직 미 정보·보안 당국자들을 취재해 26일(현지시간) 내놓은 탐사보도에 따르면 2017년 트럼프 행정부와 CIA의 최고위급에서 이러한 논의가 이뤄졌다.
논의는 납치를 넘어 암살까지 확대됐는데 암살 작전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에 대한 개략적 구상과 방안에 대한 검토까지 진행됐다고 한다.
야후뉴스가 전직 당국자들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보도한 납치 및 암살 방안을 보면 여간해선 쉽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위가 대담하다.
당시 어산지는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물고 있었고 어산지가 러시아 정보당국의 조력으로 대사관을 탈출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실제로 이러한 일이 벌어지면 러시아 요원들과 런던 거리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방안은 물론 어산지를 태우고 이동하는 러시아 외교차량을 자동차로 들이받고 어산지의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이 미국의 대응 시나리오에 포함됐다.
심지어 미국은 영국에 필요할 경우 총격에 나서달라고 부탁했고 영국도 호응했다고 한 전직 고위당국자는 밝혔다.
그럼에도 어산지를 잡지 못하면 어산지가 탄 비행기가 러시아를 향해 이륙하기 전에 타이어에 총격을 가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고 한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시나리오가 총동원된 셈이다.
당시 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가 어산지에 대한 보복을 원했다고 야후뉴스는 전했다. 한 당국자는 어산지가 제기한 위협이 아니라 망신에 초점을 맞추고 어산지에 부적절한 수준의 관심을 쏟는 형편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야후뉴스의 질의에 "완전히 잘못된 얘기"라며 그런 논의는 이뤄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나는 그가 아주 나쁘게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산지의 변호인 배리 폴락은 "진실한 정보를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정부가 어떤 사법절차도 없이 납치나 암살을 검토했다는 건 완전히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어산지에 대한 납치 및 암살 작전은 백악관 법률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승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산지가 세계적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라 전세계에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될 것이 뻔하고 이 경우 자국 시민에 대한 납치와 살인을 자행했다는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
야후뉴스는 장문의 보도로 취재내용을 세세히 전했으며 워싱턴포스트와 폴리티코 등 미 유력매체들도 야후뉴스를 인용해 해당 보도를 전했다.
어산지는 2010년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한 70만 건의 기밀문서를 위키리크스로 폭로했다. 그는 런던의 에콰도르대사관에서 7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19년 4월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