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자 파리 외곽으로 몰아낸 뒤 장벽…각계 비판 쏟아져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파리 경찰이 마약 중독자들의 통행을 막겠다며 파리와 외곽 지역을 연결하는 터널 앞에 벽돌 벽을 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파리 경찰은 지난 주말 사이 파리 19구와 맞닿아있는 센생드니주 팡탱시로 이어지는 터널에 벽돌을 쌓았다.
19구 에올 정원에 모여있는 마약 중독자 50여 명을 파리와 접한 팡탱시 쪽으로 이송시키고 나서 취한 조치다.
팡탱시 측에 설치된 벽에는 "치욕의 벽. 고마워 다르마냉"이라는 비아냥 글이 적혀있다고 일간 르몽드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제랄드 다르마냉은 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내무부 장관으로 이번 작업을 지시했다.
디디에 랄르망 파리 경찰청장은 인근 학교로 마약 중독자들이 쉽게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낮은 물론 밤늦은 시간까지 공원이나 광장을 어슬렁거리는 마약 중독자들은 파리시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 중 하나다.
2019년 포르트드라샤펠에서 쫓겨나 스탈린그라드 광장으로 근거지를 옮긴 마약 중독자들은 올해 5월 17일 에올 정원으로 또 밀려났다.
이들은 뾰족한 대책 없이 에올 정원에서 다시 내쫓겼지만, 인근 거리를 계속 배회했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에 파리 경찰은 결국 이들을 포르트드라빌레트로 이송시키고 황급히 터널에 벽을 쌓았다.
이러한 조치에 팡탱시와 팡탱시를 품고 있는 광역주인 일드프랑스 측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베르트랑 켄 팡탱시장은 정부의 결정을 두고 "부끄럽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면서 장 카스텍스 총리와 면담을 신청했다.
발레리 페크리스 일드프랑스 주지사 측근인 조프레 카르발리뇨는 "이 수치의 벽은 파리 교외에 보내는 끔찍한 메시지"라고 힐난했다.
부유한 도시 파리와 상대적으로 가난한 도시 팡탱을 차별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카르발리뇨는 또 터널 하나를 막더라도 다른 길이 여러 개 더 있기 때문에 '언 발에 오줌 누기'와 다름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에릭 뒤퐁 모레티 법무부 장관도 이날 RTL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긴급한 상황에 대비한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며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인정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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