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거물, 바이든 취임 직후도 베이징서 중국지도부 만나"

입력 2021-09-28 10:19  

"월가 거물, 바이든 취임 직후도 베이징서 중국지도부 만나"
홍콩매체 "존 손튼, 1월 왕치산·류허·양제츠와 회동…'헨리 키신저 역할'"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최근 극비리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최고지도부 중 한 명인 한정(韓正) 부총리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 월가의 거물이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에도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부를 만났다는 후속보도가 나왔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으로 현재 광산업체 배릭골드의 이사회 의장인 존 손튼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말 베이징에서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 류허(劉鶴) 부총리, 양제츠(楊潔?) 외교담당 정치국원 등과 회동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SCMP는 전날 손튼 의장이 최근 6주 일정으로 중국을 찾아 베이징에서 한정 부총리와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사무 특사 등을 만났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국 수도에서 중국 관리를 면담한 외국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손튼 의장의 행보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그간 중국을 찾은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나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모두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나 톈진에서 중국 측 카운터파트들을 만나거나 화상 면담을 진행했다.
소식통은 손튼 의장이 미국 정부 내 공식 직함이 없지만, 1971년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해 미중 관계 개선의 길을 열었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처럼 강력한 막후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튼은 일부 중국 지도자, 고위 관리들과 오랜 친구"라며 "중국을 이해하는 손튼은 미중관계가 도전에 직면했을 때 양국 간 메시지 전달을 돕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SCMP는 특히 "손튼 의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의 오랜 지기로, 왕치산이 1990년대 중반 중국건설은행장이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면서 두 사람이 1월말 베이징에서 나눈 대화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신문은 "둘은 베이징에서 정책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의 역사, 문명의 충돌, 중국공산당 통치의 정당성 등과 관련해서도 대화를 나눴다"며 "왕 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미중 디커플링을 조장하고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 간 사이를 벌리려 했다고 비판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디커플링을 중단하고 중국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왕 부주석은 앵글로색슨·프로테스탄트 유산에서 기원한 미국의 역사와 중국 문명은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과 중국의 역사·현재·미래를 이해하려면 미국은 먼저 중국공산당을 이해해야한다"고 강조했고, "미중 관계와 관련해 이제 공은 미국 쪽 코트에 있다"고 말했다.
손튼 의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팬데믹 대응, 경제 회복, 분열된 미국 통합을 우선시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개인적인 관계가 미중 관계 회복을 도울 수 있고 양국이 무역에 관해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존 케리 특사가 기후 협력을 통해 미중이 화합하도록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SCMP는 "손튼 의장은 당시 중국 무역 수장 류허 부총리, 외교 수장 양제츠 정치국원과도 만났으며, 이는 6월에 류 부총리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연쇄 화상 접촉을 할 수 있는 길을 닦았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시진핑 정권 핵심층과의 접촉과 소통 부족을 불평하고 있지만 중국정부 관리들은 미국 젊은 관리들이 중국에 적대적이고 이념경쟁에 지나치게 경도됐다고 생각하며 신뢰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정부 관리들은 손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오랜 친구를 상대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손튼은 중국에서 가장 막강한 관리 일부와 관계를 유지해왔고 접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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