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인프라 부족" 지적에 주민들 "물에서 노는 데 익숙"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스티로폼 박스를 타고 강을 건너는 학생들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트리뷴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SNS에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멘 소년 세 명이 각각 스티로폼 박스를 타고 강을 건너는 동영상이 퍼졌다.
소년들은 생선을 담는 데 쓰이는 스티로폼 박스에 앉아 스티로폼 조각을 양손에 쥐고 노를 저으며 능숙한 솜씨로 강을 건넜다.
소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수마트라섬 남부지역의 오간 코메링 일리르 지구다.
동영상을 본 파들리 존 전임 하원 부의장은 "스티로폼 박스를 타고 강을 건너려고 고군분투하는 학생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다. 곧 전기차를 생산할 나라인데 말이다"라고 인프라 부족을 꼬집는 트윗을 올렸다.
인도네시아 '바다의 수호여신'으로 불린 수시 푸지아투티 전임 해양수산부 장관은 파들리 존의 트윗을 보고 "여기가 어디죠? 우린 함께 도울 수 있다"며 자신의 보트를 소년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자 현지 매체들은 소년들이 사는 마을을 취재했다.
소년들이 사는 마을에는 바다와 이어진 20m 넓이 강이 있는데, 다리가 설치돼 있지 않다.
마을 이장 하르토니는 "강 하구에는 100여 가구가 흩어져 산다. 다리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주로 뗏목과 카누, 스피드 보트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난해서 스티로폼 박스를 타고 등하교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장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카누에 태워 등교시키고, 심지어 스피드 보트를 가진 가족도 있다"며 "아이들은 방과 후 스티로폼 박스를 타고 강에서 노는 데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수영을 잘한다며 "동영상을 외지인이 찍어서 그렇다. 너무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현지 네티즌들은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도시와 시골 사이에 인프라 차이가 심하고 위험한 등굣길을 강요받는 아이들이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현장 점검에 나선 지방 정부 관계자는 "위험할 수 있으니 아이들이 스티로폼 박스를 타고 놀지 못하게 하라고 부모들에게 지도했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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