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영보험 공동조사로 25개병원 233억원 적발…"가담 환자도 수천명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입원일당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한 A씨는 지난해 X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며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타냈다.
X병원은 건강보험에 입원비의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을 청구했다. 병원과 환자의 청구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이 병원 9999호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공·민영보험공동조사협의회 조사 결과 X병원은 비(非)의료인이 운영하는 속칭 '사무장병원'이었고, 9999호실은 허위 입원 진료비를 청구하기 위한 '가상병실'로 드러났다.
의료광고업으로 신고한 B법인 조직은 서울 소재 Y한의원 등 여러 의료기관과 결탁해 다단계 환자 알선 브로커 조직을 운영하고 보험사기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공·민영보험공동조사협의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등 민영 보험 가입자를 유인하고 가입자들은 허위 진료비 영수증을 받아 보험금을 편취했다. B법인 대표(구속)와 Y한의원 대표원장 등 이 사건으로 적발된 인원은 무려 658명이나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적발된 보험사기범 중 100여 명은 환자이면서 동시에 브로커로서 수당을 챙겼고 나머지 600여 명은 일반 가입자들"이라며 "큰 이익을 챙기지 않았다고 해도 엄연히 보험사기에 가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공·민영보험공동조사협의회가 수사기관과 보험사기 기획조사를 벌여 25개 의료기관의 부당 청구금액 233억원을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적발된 금액 233억원 가운데 159억원은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건보재정이며, 나머지는 실손보험 등 민영 보험사의 보험금이다.
사기로 지급된 금액은 건강보험 비중이 크지만 적발된 의료기관 25곳 중 14곳은 실손 보험금을 주로 노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14개 병원의 적발 금액은 158억원으로 전체의 68%에 해당한다.
보험사기 유형은 '사고내용조작'이 152억원(65.1%)으로 가장 많고, '허위입원'(73억원)과 '허위진단'(7억원)이 뒤를 이었다.
허위입원으로 적발된 병원 13곳 가운데 9곳은 한방병·의원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되는 곳에서 영리 목적의 허위입원과 과잉진료가 빈발한다"고 설명했다.
공·민영보험공동조사협의회는 조사를 완료한 25건을 검찰로 넘겼으며, 현재 50건(의료기관)을 조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금융당국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해 건보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험사기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금감원은 보험 가입자가 브로커의 꾐에 넘어가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적발된 혐의자 가운데 수천 명은 의료기관과 브로커에게 현혹돼 보험사기에 연루된 일반 가입자(환자)들이다.
이러한 보험사기는 의료기관이 보험설계사 등과 결탁해 특정 진료를 권유하고 허위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해 실손보험 등 보험금을 청구하게 하는 방식이 흔하다.
금감원은 "병원에서 사실과 다른 진료확인서 등을 발급받아 보험금을 허위청구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보험사기 제안을 받거나 의심 사례를 알게 되면 금감원 또는 보험사 보험사기신고센터에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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