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리족 "인종적 편견·식민주의 잔재" 반발해 와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마오리 원주민 사회의 반발을 의식해 뉴질랜드 정부가 학대받는 어린이를 가족으로부터 분리하는 보호 정책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켈빈 데이비스 뉴질랜드 아동장관은 정부가 아동 돌봄·보호 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아동부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모두 수용한다고 29일 발표했다. 자문위원회는 학대 아동을 가족에게서 분리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한다고 정부 측에 조언해 왔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수 십년 동안 위험에 처한 아동들을 가족들에게서 떼어내 국가의 보호 아래 두는 정책을 취해 왔다.
현지에서 '개선'(uplifting)이라는 단어로 불려온 이 같은 정책에 의해 가족과 분리되는 대다수의 아동은 마오리족이었다.
아동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2019∼2020년의 경우 국가 보호 아래 들어간 아동 1천334명 가운데 약 60%가 마오리족 출신으로 집계됐다.
이 제도가 인종적인 편견이 묻어나는 식민주의의 잔재라고 비판해 온 마오리족은 이렇게 분리된 아동들을 뉴질랜드판 '도둑맞은 세대'라고 일컬었다. 이 용어는 동화정책의 일환으로 강제적으로 가족에게서 분리된 호주 원주민들에서 유래된 것이다.
마오리족 수천 명은 2019년 아동부가 병원에서 산모에게서 신생아를 분리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에 분노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여성 인권과 사회 정의에 앞장서는 국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뉴질랜드 역사의 "어두운 시기"에 정면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면서 2018년 국가 보호 시스템이라는 명목 아래 학대받은 젊은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해 12월 발표된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종교 시설이나 국가 돌봄 기관에서 신체적·성적으로 학대받은 아동과 청년, 성인 취약자들의 수가 2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