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불공정 무역관행 대처' 무역기술위 출범…"중국 겨냥"

입력 2021-09-30 08:09  

미-EU, '불공정 무역관행 대처' 무역기술위 출범…"중국 겨냥"
공동성명 "민주가치강화, 인권존중, 민감기술 수출통제·반도체공급망 협력"
쿼드 이어 유럽까지 대중 포위망 넓혀…오커스 여파속 진행된 회의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글로벌 기술 및 무역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협력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양측은 29일(현지시간) 미국 피츠버그에서 제1차 무역기술위원회(TTC)를 열어 10개의 실무그룹을 구성해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TTC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 6월 유럽 방문 당시 반도체 등 핵심 부품에 대한 공급망 강화와 무역 분쟁 사전 대비 차원에서 설치키로 합의한 기구다.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이 지난 24일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의 '쿼드'(Quad) 첫 대면 정상회의를 열어 기술을 고리로 한 협력을 강화키로 한 데 이어 대중 포위망을 유럽으로까지 확대하는 양상이다.
미 측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EU에선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인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마그레데 베스타거, 스타브로스 램브리니디스 주미 EU대사가 참석했다.
회의에선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외국인 투자 및 수출 통제 심사와 인공지능 및 반도체 공급망의 보안 확보 등 다양한 경제 분야 협력 방안이 제시됐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불공정 무역 관행, 특히 세계 무역 시스템을 약화하는 비(非)시장 경제가 제기하는 관행으로부터 우리 기업과 소비자,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한다"고 밝혔다.
또 "양측은 보편적 인권 존중 등 우리가 공유하는 민주적 가치를 강화하고, 기후 변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각자의 노력을 발전시키며, 호환 가능한 표준·규정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신기술의 개발·사용에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심사 관련 정보 교환, 민감한 기술 관련 수출통제 협력, 민주적 가치를 반영하고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는 방식의 인공지능 개발·구현, 비시장 및 무역 왜곡 정책과 관행 해결 등 글로벌 무역 도전에 대한 협력 약속도 성명에 포함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성명에 중국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무역을 왜곡하는 비시장 정책과 기술 및 그 권리 관계를 논의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홍콩 민주 세력 탄압과 신장 지역에서의 강제 노동 등을 이유로 중국이 민주적 가치와 인권을 저버렸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이 무역에서 비시장적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무역 갈등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다.

반도체 공급망 협력과 관련, 양측은 단기 공급망 이슈부터 다루기로 했다.
성명은 "반도체 이슈 전용 트랙은 처음엔 단기 공급망 이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반도체 이슈의 중장기 전략에 대한 협력은 차기 TTC 회의에 앞선 워킹그룹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술의 오용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정보 조작과 간섭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호하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국제 디지털 연결을 촉진하고 인권 옹호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는 미국, 영국, 호주의 신(新) 3각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여파로 호주에 대한 잠수함 수출 계약이 무산돼 분노한 프랑스의 반발 속에서 진행됐다. EU 역시 심사가 뒤틀린 상황이었다.
미국 정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선 당초 양측이 불공정한 경제 관행에 관여하는 중국 등의 국가들에 맞서 회복력을 구축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는 양측이 EU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관세와 약탈적인 중국의 상업 정책에 대한 통일된 입장 등 일부 분쟁에서 진전을 희망했었지만, 공동성명에는 두 사안에 대한 언급이 없고 중국이라는 직접적인 표현도 없다고 전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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