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경막외 마취 분만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 아이 출산 위험과 관계가 거의 없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막외 마취란 요추의 척수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경막외 공간에 플라스틱 도관을 넣어 진통제를 지속해서 주입, 산모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복부 이하 다리 부위까지 감각을 둔하게 만들어 진통 효과를 내는 기술이다. 이른바 무통 분만법이라고 불린다.
경막외 마취 분만과 ASD 아이 출산 사이에 연관성이 거의 없음을 보여주는 2건의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UPI 통신이 29일 보도했다.
그 중 하나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의대 산부인과 전문의 질리언 핸리 교수 연구팀이 2000~2014년 사이에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 태어난 아이들 38만8천254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이 아이들 중 11만1천480명은 경막외 마취 분만으로 태어났고 나머지 27만6천774명은 경막외 마취 없이 출생했다.
전체 아이 중 5천192명(1.3%)이 나중 ASD 진단을 받았다.
분석 결과 경막외 마취 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1.5%(1천710명), 경막외 마취 없이 출생한 아이들은 1.3%(3천482명)가 나중 ASD가 발생, 두 그룹 사이에 ASD 발생률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의 연구에서는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릭스병원의 안데르스 미켈센 교수 연구팀이 2006~2013년 사이에 경막외 마취 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 9만2천900명을 경막외 마취 없이 출생한 아이들 38만6천278명과 비교 분석했다.
경막외 마취 분만 아이들은 1.5%(1천409명), 경막외 마취 없이 태어난 아이들은 1.3%(5천19명)가 ASD 진단을 받아 역시 두 그룹 사이에 ASD 발생률이 별 차이가 없었다.
경막외 마취 분만 아이의 ASD 발생률이 아주 약간 높기는 하지만 경막외 마취 분만이 ASD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두 연구팀은 말했다.
아이오와 대학 마취과 전문의 신시어 웡 교수는 이 결과를 비롯해 현재까지 나타난 증거는 환자가 경막외 마취 분만을 선택할 때, 그리고 의사가 이를 환자에게 권고할 때 태어날 아이의 ASD 위험을 고려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 지침은 경막외 마취제의 사용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가능한 한 용량을 낮추어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출생 시 경막외 마취에 노출된 아이가 노출되지 않은 아이에 비해 ASD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전에 발표된 일이 있었다.
이 2건의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협회 저널(JAMA: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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