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야권 구의회 의원 10명 추가 자격박탈…27%만 남아

입력 2021-09-30 10:06   수정 2021-09-30 10:08

홍콩 야권 구의회 의원 10명 추가 자격박탈…27%만 남아
충성서약식 이전 이미 260여명 자진사퇴…총 19명 자격박탈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구의회 의원에 대한 충성서약을 통해 야권 의원 10명의 자격을 추가로 박탈했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여세를 몰아 그해 11월 구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총 452석 중 392석을 차지했던 야권의 의석수는 이로써 이날 현재 105석만 남았다.
야권 당선자의 27%만 남은 것인데, 구의원 대상 충성서약이 아직 끝나지 않아 자격이 박탈되는 의원은 더 늘어날 수 있다.
30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지난 24일 두번째로 진행한 구의원 충성서약식 결과 충성서약의 진실성이 의심되는 의원 10명의 자격을 즉시 박탈한다고 전날 밤 발표했다.
10명 모두 야권 의원이며, 이중 5명은 홍콩 제1 야당인 민주당 소속이다.
명보는 "정부는 10명의 의원에 대해 충성서약 후 추가 정보를 요구했으며 일부 의원은 41쪽 분량의 답변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 10명은 외국 정부나 조직과 관계를 맺고 홍콩정부의 업무에 개입하려 하거나 홍콩 독립을 추구했다 의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정부는 충성서약 무효의 이유는 발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홍콩 정부는 앞서 첫번째 충성서약식을 통해 구의원 7명의 자격을 박탈했다. 충성서약식에 참석하지 않아 자동으로 자격이 박탈된 2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19명의 야권 구의원이 자격을 박탈당했다.
충성서약은 홍콩 '미니 헌법'인 기본법 준수,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 홍콩정부에 책임을 다하고 임무에 헌신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 5월 관련법 개정을 통해 행정부 고위직과 입법회(홍콩 의회) 의원 등에 국한됐던 충성서약 대상을 구의원과 공무원에까지 확대했다.
또한 충성서약을 위반하는 이는 누구든 자격이 박탈되고 향후 5년간 공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했다.
자격이 박탈될 경우에는 이전까지의 월급과 활동비를 반납해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야권 의원 260여명이 충성서약식을 하기도 전에 스스로 사퇴하는 길을 택했다.
이로 인해 홍콩 구의회는 이미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하지만 당국은 충성서약식을 통해 자격박탈을 이어가고 있다.
홍콩 당국은 의원의 과거 행적도 충성서약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자격이 박탈된 의원들은 대부분 지난해 7월 홍콩 민주진영이 입법회(의회) 선거를 앞두고 주최한 후보 단일화 예비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홍콩 정부는 해당 예비선거를 불법이라고 했다.
이번에 자격이 박탈된 추쿵와이(朱江瑋) 전 의원은 명보에 충성서약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면서,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궈톈리(郭天立)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개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이 자신들의 계획을 더 강력히 추진하기로 한 듯하다"며 "향후 더 많은 자격박탈이 이뤄질 수 있어 민주당원은 누구도 입법회 선거 출마 자격을 얻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민주당은 지난 26일 총회를 통해 12월 입법회 선거 출마 여부와 관련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정당이라면 선거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다수는 출마를 원한다고 해도 출마자를 거르는 자격심사위원회를 통과하기 어렵고 선거의 들러리로 전락한다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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