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E 2 동형 카피 두 개 보유자, 떨어지는 속도 훨씬 느려
보스턴 공중보건대 연구진, '알츠하이머병 저널'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APOE는 지질 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 생성 정보를 가진 유전자다.
APOE의 유전 정보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또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침적되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제거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OE 유전자는 세 가지 유형, 즉 2·3·4형의 대립형질(allelic forms)이 있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키우는 건 전체 인구의 약 14%가 보유한 APOE 4이고, 가장 흔한 APOE 3는 중립적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몰랐던 APOE 2 유전자형이 고령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APOE 유전자라 해도 2형과 4형은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해 상반된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보스턴 공중보건대(BUSPH)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네덜란드 IOS 출판사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논문으로 실렸다.
30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그동안 APOE 2 유전자형에 대한 연구는 주로 중년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고령화 과정의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해 이 유전자형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거의 다뤄지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APOE 2형 보유자가 적은 것도 관심을 덜 받는 요인이 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동형의 APOE 2 카피를 두 개 보유한 사람과 이형의 APOE 2 카피를 한 개만 보유한 사람을 한 그룹으로 묶어 유전자형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는 두 건의 대규모 종단적 코호트 연구, 즉 '뉴잉글랜드 100세 장수인 연구(New England Centenarian Study)'와 '장수 가계 연구(Long Life Family Study)'에서 가져왔다.
전자는 100세 이상 고령자와 가족 4천여 명이, 후자는 장수 가계의 구성원 4천900여 명이 참여해 상당한 크기의 피험자 그룹이 구성됐다.
연구팀은 APOE 2 유전자형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인지 상태 전화 인터뷰(TICS)'라는 조사 기법을 사용했다.
'장수 가계 연구' 코호트에 속한 APOE 2 보유자는 3년(70세 이상은 매년)마다, '뉴잉글랜드 100세 장수인 연구' 코호트의 APOE 2 보유자는 2년마다 전화 인터뷰를 해 인지 기능이 어느 정도 낮아졌는지 확인했다.
개개인의 유전자형 분석 결과를 TICS 점수와 비교해보니, 동형 카피를 두 개(E2/E2) 보유한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인지 기능이 훨씬 느리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APOE 2 유전자형 카피를 하나만 가진 사람은 이런 방어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이는 'E2/E2' 유전자형 보유자가 일화 기억(episodic memory), 작업 기억(working memory), 인지 기능의 집행 기능 도메인(executive function domains of cognitive function) 등에서 방어 효과를 보이는 것과 일치하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논문의 제1 저자를 맡은 벤저민 스위가트(Benjamin Sweigart) 박사과정연구원은 "APOE 2의 형질이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중요한 생물화학적 역할을 한다는 걸 시사한다"라면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고령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완화하는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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