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독감에 어머니 잃어…"팬데믹으로 시작된 삶 팬데믹으로 끝나"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20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 꼽히는 스페인독감 사태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105세 할머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을 떠났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코네티컷주에 살던 프리메타 자코피니 씨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치료를 받다가 지난 16일 숨졌다.
자코피니 씨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으나 딸 도린(61)이 지난 9일 방문했을 때 그녀는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였다.
응급실로 옮겨진 이후에도 산소 수치는 계속 떨어졌고 산소마스크를 썼지만, 끝내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AP는 "팬데믹으로 시작된 프리메타 자코피니의 삶이 팬데믹으로 끝났다"고 전했다.
자코피니 씨는 2살이던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코네티컷에서 어머니를 잃었다.
당시 미국인 67만5천명이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다.
이후 자코피니 씨의 아버지는 어린 딸을 이탈리아로 보내 위탁가정에 맡겼다.
성장한 그녀는 재봉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그녀는 이탈리아 전투기 조종사와 사랑에 빠졌으나 그는 이탈리아가 2차대전에 뛰어든 이듬해인 1941년 작전 중 실종됐다.
자코피니 씨는 무솔리니가 미국인들을 국외로 추방하려 한다는 지역 경찰의 경고를 듣고 포르투갈 등을 거쳐 다시 코네티컷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일자리를 구한 자코피니 씨는 직장 동료였던 남편과 결혼했다.
남편과는 2002년 사별했으며, 이후 척추 부위에 선천적인 기형을 지닌 채 태어난 딸을 홀로 키워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도린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었던 것은 팬데믹뿐이었다"고 말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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