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난·코로나19 위기 속에 극빈층 비율 76.6%로 상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출구 없는 경제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국민 4명 중 3명이 극빈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베네수엘라 안드레스 베요 가톨릭대 연구팀은 29일(현지시간) 발표한 '2021 국가생활수준조사'에서 극빈층 인구 비율이 76.6%로, 작년 조사보다 8.9%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의 극빈층 기준은 하루 소득 1.9달러(약 2천250원) 미만이다.
이번 조사에서 베네수엘라의 빈곤율은 94.5%로 나타났다. 사실상 국민 대부분이 빈곤층인 셈이다.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 계수는 0.567로, 중남미에서 가장 높았다.
확인된 석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베네수엘라에선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야권 등은 사회주의 정권의 잘못된 국정 운영이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고 비판하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미국 정부의 제재가 위기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여러 요인이 겹치며 베네수엘라의 주요 돈줄인 석유산업이 갈수록 쇠퇴하는 가운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며 국민의 생활고는 더 심해졌다.
조사 책임자인 루이스 페드로 에스파냐 교수는 "지난 1년간 베네수엘라 국민의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연료난과 코로나19"라며 "두 요인이 겹치며 노동가능인구의 절반이 일하지 않는 상태가 됐고 계속 일하는 사람의 노동조건도 더 불안정해졌다"고 설명했다.
변변한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미국 등으로 이민 간 가족과 친척의 송금이나 보조금에 의존하는 가정도 크게 늘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선 정부의 신뢰할 만한 공식 경제 통계가 없어 2014년부터 실시된 국가생활수준조사가 경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지표다. 이번 조사는 지난 2∼4월 베네수엘라 전역 1만4천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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