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조카인 마코(眞子·29) 공주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뒤로 하고 이달 하순 결혼하면서 왕적에서 빠지게 됐다.
일본 왕실 업무를 관장하는 궁내청은 1일 마코 공주가 오는 26일 고무로 게이(小室圭·29)와 결혼한다고 발표했다.
마코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이자 왕세제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의 2녀 1남 중 큰딸이다.
마코는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동급생으로 5년간 사귀어온 고무로와의 약혼을 2017년 9월 발표했다.
그해 11월에는 2018년 11월 4일로 결혼식 날짜까지 공개됐지만 고무로 모친의 금전 문제와 관련한 주간지의 경쟁적 보도가 논란을 일으키면서 결혼이 무기한 미뤄졌다.
그런 상황에서 도쿄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던 고무로는 2018년 8월 미국으로 떠나 뉴욕주 로스쿨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마코 부친인 후미히토는 2018년 11월 기자회견에서 "많은 국민이 납득하고 기뻐할 상황이 안 되면 결혼식을 올리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등 고무로 측에 주간지 보도로 제기된 의혹을 풀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고무로는 올해 4월 등 2차례에 걸쳐 모친의 돈 문제를 둘러싼 경위를 설명하는 문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마코와 고무로는 작년 11월 "결혼은 우리에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문서로 공개해 상대에 대한 애정과 결혼 의지를 재확인했다.
부친인 후미히토는 결국 같은 달 기자회견에서 '혼인은 양성 간 합의에 따라 성립한다'는 헌법 규정을 들면서 두 사람의 결혼 의지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두고 왕적에서 이탈하면서까지 고무로와 결혼하겠다는 딸의 강한 의지에 아버지가 꺾인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두 사람의 결혼은 고무로가 올해 5월 미국에서 로스쿨 과정을 마치고 7월에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르면서 급물살을 탔다.
고무로는 올 12월 이전으로 예정된 시험결과 발표에 앞서 미국에 있는 법률사무소에 취직해 경제적인 생활기반을 갖췄다고 한다.
그간 마코가 일반인과 결혼해 왕적에서 빠질 때 받게 되는 일시금(생활정착금)을 놓고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는데, 이를 불식할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실제로 마코는 최대 1억5천만엔(약 16억원)의 일시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무로 모친이 재혼을 전제로 사귄 것으로 알려진 옛 약혼자의 금전 문제를 둘러싼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다.
생활비조로 도움을 받았다고 하는 고무로 측과 빌려준 돈거래였다는 옛 약혼자 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궁내청을 인용해 마코 공주 부친인 후미히토가 "많은 사람이 납득해 기뻐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그런 배경에서 혼인 관련 의식은 치르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마코는 결혼 후 왕적에서 빠진 뒤 고무로의 직장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신혼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결혼을 위해 3년여 만에 귀국한 고무로는 현재 요코하마(橫浜) 자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정에 따른 격리 기간을 거치고 있다.
한편 궁내청은 마코 공주가 자신과 고무로 가족을 둘러싸고 인터넷 등에서 난무하는 비방 때문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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