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독립 200주년 메시지…"과거에서 교훈 얻어야"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스페인의 멕시코 식민 통치 시절 저질러진 가톨릭교회의 과오에 다시 한번 용서를 구했다.
AP·AFP 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 독립 200주년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교황 메시지를 공개했다.
교황은 멕시코 독립을 기념한다는 것은 "필수적으로 기억을 정화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말하자면, 과거에 저질러진 매우 고통스러운 오류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그런 이유로 나와 전임자들은 과거 여러 차례 복음화에 기여하지 못한 사회적·개인적 죄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다만, 과거의 고통을 환기하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되며, 개인적 이익을 넘어서는 공동의 복지를 위해 거기서 교훈을 얻고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열린 대화를 통해 간절히 염원하는 형제애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멕시코는 16세기 스페인에 식민화된 이래 약 300년간 지속적인 탄압과 수탈을 당하다 1821년 9월 독립을 이뤘다.
많은 멕시코인은 스페인에 맞서 독립전쟁을 시작한 1810년 9월 16일을 독립기념일로 기린다. 다만, 독립전쟁이 끝난 1821년 9월 27일을 실질적인 독립일로 보는 시각도 많은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가 독립 200주년이 된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남미 대륙에서 배출한 사상 첫 가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아메리카 식민 시대 가톨릭교회가 복음 전파라는 미명 아래 저지른 잘못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다.
2015년 볼리비아를 방문했을 때는 원주민과 원주민 인권 운동가를 만난 자리에서 "신의 이름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많은 중대한 죄를 저질렀다"며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번 교황의 메시지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스페인과 가톨릭교회가 멕시코에서 저지른 원주민 학살과 탄압, 강제적 복음화에 대해 여러 차례 교황청 차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작년 10월에는 바티칸을 방문한 부인 베아트리스 구티에레스 뮐러 여사를 통해 이러한 취지의 서한을 교황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식민 통치 가해자인 스페인 정계에서는 교황의 사과 메시지를 두고 일부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우파 정치인들의 반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보수 성향 국민당의 차기 리더로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가톨릭 신자가 아메리카 대륙에 스페인어와 가톨릭 신앙, 문명, 자유를 전파했던 우리 유산에 대해 그같이 얘기한다는 게 놀랍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교황의 메시지가 특별히 논란을 불러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톨릭 매체인 '라 크루아(La Croix)'의 로버트 미킨스 편집장은 가디언에 "과거에 언급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교황 메시지의 핵심은 원주민 인권으로,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동안 줄곧 얘기해온 주제"라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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