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위반 체포하는 척 납치, 살해한 런던 경찰 종신형
런던 여성 치안 문제 주목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경찰 고위 인사가 현직 경찰관에 납치, 살해된 여성이 어리숙했다고 평가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영국 노스 요크셔 지역의 경찰 업무를 총괄하는 필립 앨롯 지방치안위원장은 1일(현지시간) 런던 경찰 웨인 쿠전스에 살해된 30대 여성 세러 에버러드가 어리숙했다고 말했다가 사과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에버러드(33)는 올해 3월 걸어서 집에 가다가 쿠전스(48)에 납치돼서 성폭행 당하고 살해됐다.
런던 경찰 소속으로 시내 대사관 등을 경비하는 업무를 하던 쿠전스는 당시 코로나19 방역규정 위반으로 체포하는 척 하면서 수갑까지 채워서는 5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쉽게 납치에 성공했다.
쿠전스는 오래 전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대상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종신형을 받았다.
앨롯 위원장은 BBC 라디오 요크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은 체포에 관련해 세상물정에 밝아야 한다. 에버러드는 그렇게 항복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은 법률 절차를 더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나간 뒤 온라인에는 항의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지방치안위원장은 선출직이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도 트위터에 "문제는 남성의 폭력이지 여성들이 자신을 보호할 창의적인 방법을 더 찾지 못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런던에서 여성 치안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으며 크레시다 딕 런던경찰청장은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 결정을 밀어붙이며 힘을 실었던 피리티 파텔 내무 장관도 살펴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딕 청장은 "소중한 신뢰가 훼손됐다"며 사과하고 여성 안전을 위한 치안 강화를 약속했다.
런던 경찰은 복잡한 구역 순찰에 경찰 650명을 추가 투입키로 하고 사복경찰은 단독 행동하지 않도록 했다.
또, 사복경찰의 검문을 받을 땐 소속을 묻는 등 신원을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사복경찰을 신뢰할 수 없고 위험이 감지될 때는 행인에게 소리치거나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전화신고를 하라고 권했다.
한편, 쿠전스 채용 과정에 신원조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쿠전스와 함께 여성혐오 메시지 등을 주고 받은 그의 동료 5명도 조사받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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