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 지방선거…라지 시장, 쓰레기·멧돼지 쟁점 속 판세 불리
밀라노·나폴리·토리노·볼로냐도 새 시장 선출…총선 전 민심 중간점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3∼4일(현지시간) 주요 도시의 시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수도 로마와 밀라노, 나폴리, 토리노, 볼로냐, 트리에스테 등이 그 대상이다.
인구가 많은데다 주요 정당이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 지역들이어서 현지 정가는 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023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풍향계를 중간 점검하는 선거로도 언급된다.
이 가운데 상징성이 큰 로마 시장 선거는 여러 면에서 시선을 끈다.
일단 반체제정당 '오성운동'(M5S) 소속 비르지니아 라지(43) 현 시장이 연임에 성공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변호사 출신인 라지 시장은 2016년 선거에서 로마 역사상 첫 여성 시장으로 당선되며 일약 정가의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수시로 발생하는 쓰레기 대란, 유럽 최악 수준인 열악한 교통 시스템 등에 신물이 난 280만 시민은 도시의 혁신과 변화를 바라며 당시 30대의 젊은 여성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지난 5년의 시정 성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전반적인 도시 상황이 5년 전보다 더 악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수시로 도심에 출몰해 시민들을 위협하는 멧돼지 떼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멧돼지들의 활동 범위 확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의 개체 수 증가, 온난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언급되지만, 거리에 쌓이는 쓰레기가 이들을 불러들였다는 비판 목소리도 크다.
현지에서는 심지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최대 변수는 멧돼지'라는 조롱 섞인 지적도 있다.
니콜이라는 이름의 한 시민은 "라지 시장에게 많은 것을 기대했지만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이번에 또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라지 시장은 지지율 3∼4위권으로 처져있다. 극우당 '동맹'(Lega)이 이끄는 우파연합 단일후보, 중도 좌파 민주당(PD) 후보 등에 밀리는 상황이다.
다른 대도시의 막바지 선거 판세를 보면 전통적으로 좌파 정치세력의 '보루'로 언급되는 볼로냐를 비롯해 밀라노, 나폴리는 좌파가 다소 우세한 모양새고 토리노는 '박빙'으로 분류된다.
이외에 전국 1천여 중소도시도 이번에 새로 시장을 선출한다.
투표는 3일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4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뤄진다. 투표 마감 직후 출구조사를 통해 결과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주 뒤 결선 투표를 다시 하게 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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