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재정지원·기후변화 대응 과정에 표적 된 듯"
친트럼프 인사가 이끄는 세계은행과 경쟁관계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내고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제기된 친(親)중국 논란에 대해 그를 축출하기 위한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티글리츠는 온라인 저널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WB에서 완전히 프로페셔널한 방법으로 일했다"면서 주어진 데이터 속에서 기업환경평가 보고서의 수치는 정확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WB는 법무법인 월머헤일을 통해 2018년도와 2020년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의 데이터 부정합성 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국의 점수를 올리기 위해 최고위층의 '과도한 압력'이 가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결과 김용 전 WB 총재와 게오르기에바 당시 WB 최고경영자(CEO)가 개입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김 전 총재의 참모들이 중국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홍콩의 데이터를 중국 평가에 포함하려고 시도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개입해 이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는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IMF에서 전임자와 비교해 개발도상국들을 더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보수 세력의 목표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는 월머헤일의 보고서를 읽었고 관련한 주요 인사들과 직접 대화를 나눈 데다 모든 과정을 알고 있다면서 "이번 조사는 중상모략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스티글리츠는 전통적으로 은행의 역할인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출을 놓고 IMF가 이를 늘리려 하면서 WB와 경쟁적인 관계가 됐다고 설명했다.
WB 윤리위원회는 직원 대상 설문에서 기업환경평가 보고서 작성에 압력을 받았다는 의견이 접수되자 윌머헤일에 조사를 맡겼다.
스티글리츠는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임명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많은 도전에 직면한 조 바이든 행정부를 더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욕망이 이번 논란에 결부돼 있다고 지적했다.
맬패스 총재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재무부에서 대중국 전략에 깊이 관여하던 매파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기도 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둘러싼 친중국 논란은 미 일부 상원의원들이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함에 따라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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