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여 검토 후 USTR 대표 연설…무역법 301조 등 수단 총동원 공언
곧 중국과 화상회담 추진…"솔직한 대화할 것, 동맹과 협력이 핵심"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박대한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고율관세 유지와 1단계 무역합의 준수를 골자로 하는 대중 통상전략의 골격을 공개했다.
통상분야에서도 트럼프 전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대중 강경책을 고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동맹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 나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대중 통상정책의 세부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타이 대표는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1월 체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준수를 중국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2020∼2021년 미국 제품과 서비스를 2017년 대비 2천억 달러(약 237조원) 추가 구매하도록 한 합의다. 타이 대표는 1단계 합의 집행의 필요성을 강조, 중국에 준수를 촉구했다.
타이 대표는 "1단계 합의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중국의 국가 중심적이고 비시장적인 무역 관행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있다"면서 중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중국과 솔직한 대화를 하겠다면서 광범위한 정책적 우려를 중국에 제기하고 보유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는 한편 필요시 신규 수단도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 대표는 공정한 무역 환경 마련을 위해 동맹과 협력하겠다면서 동맹과의 협력이 전략의 핵심이라고도 했다.
타이 대표는 '표적 관세 배제 절차' 적용 계획도 밝혔다.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중국 수입품 외에 대안이 없는 경우 관세 적용의 예외로 했던 제도인데 작년 말 시한이 만료된 상태였다.
그러나 타이 대표는 중국과의 무역 긴장 심화가 미국의 목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타이 대표는 문답에서 "내가 이전 행정부의 시도를 실패한 것으로 규정했다고 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우리가 갈 곳으로 이끌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타이 대표는 '무역법 301조를 새로 발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는 질문에 "상황에 달려 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이 내게 있다. 301조는 아주 아주 중요한 수단이고 우리의 우려를 다루는 데 있어 모든 가능한 수단을 살필 것"이라며 여지를 열어뒀다.
무역법 301조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고율관세 등 보복조치를 위한 무기로 썼던 조항이다.
타이 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탈동조화(decoupling·디커플링) 여부에 대해서는 "국제 경제의 관점에서 현실적 결과라 보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건 일종의 '재동조화'(recoupling·리커플링)'이라고 했다.
연설에 앞서 이뤄진 브리핑에서 미 고위 당국자는 타이 대표가 중국과의 화상 회담을 곧 추진할 것이라면서 대중 고율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이 당국자는 1단계 합의 준수 압박을 위한 신규 관세 부과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지만 미국이 2단계 합의를 위한 협상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새 대중 무역정책이 트럼프 시절을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폴리티코는 8개월간의 범정부적 검토를 거쳐 나온 전략이라며 중국에 엄격하면서도 더 침착하고 신중한 접근법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에 폭탄 수준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면서 압박하다가 지난해 1월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과 맞물려 중국의 이행률은 60%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게 외신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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