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생물학적 관점 규명…통증치료·센서 등에 응용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계승현 기자 =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냉온 감각과 촉각, 통증 등이 느껴지고 전달되는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수상자들인 데이비드 줄리어스(1955∼)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교수와 아뎀 파타푸티언(1967∼)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교수는 온도와 기계적 자극 등에 관한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한 이들이다.
수상자를 선정한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상위원회는 "이들은 또한 우리 감각과 주변 환경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에서 누락돼 있던 중요한 연결고리들을 발견했다"고 평가했다.
줄리어스 연구팀은 1990년대 후반부터 '캡사이신'이라는 통증 유발 물질을 이용한 감각 신경 연구를 해 왔다. 캡사이신은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주성분이다.
연구팀은 통증, 열, 촉각 등에 반응하는 감각 신경세포에 발현되는 유전자들에 상응하는 수많은 DNA 조각들의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이 중 캡사이신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것이 어느 것인지 찾아내는 작업을 했다.
연구팀은 원래 캡사이신에 반응하지 않는 배양 세포에 유전자를 하나씩 발현시키면서 반응을 관찰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캡사이신에 반응하는 유전자(TRPV1)를 발견했다.
이들은 후속 연구에서 이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수용체)이 열에 반응하는 '온도 수용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TRPV1 유전자와 수용체에 대한 연구를 더욱 진행시켜 2011년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표지논문을 내기도 했다.
당시 연구팀은 흡혈박쥐가 먹잇감의 위치를 찾을 때 얼굴에 있는 '구멍 기관'(pit organ)이라는 특수 기관으로 상대의 체열을 감지하며, 이 과정에서 TRPV1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아뎀 파타푸티언 연구팀은 콕콕 찌르는 것과 같은 기계적 자극이 어떻게 전기적인 신경 신호로 변환되는지를 연구했다.
파타푸티언 연구팀은 마이크로피펫으로 찔리는 자극을 받으면 전기신호를 내는 세포주를 발견하고, 거기에 기계적인 힘으로 활성화되는 수용체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했다.
후보 수용체 72개를 선별한 다음 유전자 조작을 통해 하나씩 기능을 정지시키는 실험을 해서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연구팀이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정지시켰더니 그 세포는 마이크로피펫의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 유전자를 '피에조1(Piezo1)로 이름 붙였다.
'피에조'라는 이름은 압력을 가하면 전압이 발생하는 '압전'(壓電氣·piezoelectricity)이라는 현상에서 따 온 것이다.
이후 피에조1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피에조2(Piezo2)도 발견됐으며, 세포막에 압력이 가해지면 이 유전자들과 관련된 수용체들이 활성화돼 촉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황선욱 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감각 관점에서 분자 수준의 기전 규명이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며 현재는 다양한 종류의 감각에 관한 연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각에 관여하는 신경경로가 가장 먼저 연구됐고 후각에 관한 연구에서도 2000년대 초부터 노벨상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줄리어스와 파타푸티언의 연구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제갈동욱 교수는 "두 교수의 업적은 사람의 온도를 느끼는 센서를 만들어 인간생활의 편리함과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위치 감각 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세상을 변화하고 촉진시키는 로봇공학, 가상공학, 컴퓨터공학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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